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임기를 마치며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임기를 마치며
  • 김경학
  • 승인 20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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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협조로 예산 이해관계 조정
환경도시 분야도 견제·협력 필요

금번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마지막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임기가 끝났다. 뒤돌아보면, 예산안 심사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해관계의 조정이었다.

예산은 숫자에 불과하지만, 이면에 수많은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중앙정부와 제주도, 1차산업과 관광산업, 도민들의 서로 다른 선호를 둘러싼 갈등과 절충, 합의가 존재한다.

예산은 마치 풍선과 같아서 어느 한 분야의 증액은 다른 분야의 감액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된다.

기초의회가 없는 제주도 의원은 도민을 대표하는 한편, 지역구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예산을 둘러싼 논쟁은 도민에게 잘못 비춰질 수 있다. 조금씩 양보하시고 협조해주신 덕에 임기를 마쳤지만, 논쟁의 조정 역할은 임기 내내 가장 힘든 일이었다.

어깨를 무겁게 한 또 다른 점은 제10대 도의회 초반에 예산전쟁을 거치면서 싸늘해진 도민들의 시선이었다. 예산의 편성권과 심의권 충돌은 정치과정에서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당시 의회와 집행부는 상대방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은 채 절충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갈등이 지속되고 예산의 집행이 늦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전가되었다.

예산전쟁은 본인에게 ‘뭣이 중헌디’라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의회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임기 동안 예산을 두고 집행부와 원활한 관계를 도모해 나갔다. 한편으로는 의회 스스로 신뢰를 실추시키지 않도록 예산심사에 만전을 기했다.

그 결과 2017년 본예산안 심의에서 120억원 증액규모에도 불구하고 민선 6기 처음으로 집행기관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 이는 의회와 집행부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칫 의회와 집행부 간에 그릇된 타협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 늘 고민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책임감이 무거워진 점 하나를 더 꼽자면, 선배 동료 의원과 공직자로부터 받은 과분한 평가와 상이다. 초선의원으로서 1차산업 경쟁력 강화, 지역균형 발전, 장애인 복지를 의정활동 목표로 삼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으면서는 예산배분의 우선순위로 정했다.

대규모 환경파괴를 막고, 발달장애인복지관 신축이 추진되는 등 나름의 성과가 나타났지만, 10대 도의회 베스트 의원으로 선정되기에는 스스로의 부족함이 많다. 1차산업의 경쟁력은 갈 길이 멀고, 행정체제 개편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지역의 균형발전 문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환경도시위원회 소관 업무에 몰두해야 한다. 지금 제주도의 환경도시 분야 정책변화는 과거와 그 양상이 다르다. 과거가 개발과 보호의 프레임이었다면, 최근에는 과거에 더해 쓰레기·교통·하수도 등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정책들이 변화하고 있고, 또 일부는 새로 도입될 예정에 있다.

이와 같은 정책들은 정치적 지지에 편승해 단편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집행부가 보다 긴 호흡을 갖고 추진하도록 독려와 협조를 하는 한편, 계획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철저히 견제해야 한다. 견제와 협력의 조화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최근 지가가 폭등하면서 제주도 재정규모도 더불어 크게 증가했다. 도민을 위해 쓸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곳간에서 인심나지 않도록 의회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

혹자는 정치를 최선의 선택이 아닌 최악의 배제라고 표현하지만, 도민을 위해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을 고민해야 한다. 이 같은 각오를 늘 되새기며 도의원의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끝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임기 동안 협력해주신 선배 동료 의원들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과분한 상을 주신 공직자, 그리고 예산 심사에 대해 이해와 양해해주신 도민들께 고마운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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