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업 ‘교토삼굴’의 지혜 필요
제주농업 ‘교토삼굴’의 지혜 필요
  • 강원신
  • 승인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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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수요 확보차원 수출도 중요
aT, 농식품 수출 전폭적 지지·육성

올 초만 해도 중국의 사드(THAAD) 문제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아 수출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5월까지 국내 농림수산식품 수출은 36억 달러로 전년 대비 8.8%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대중(對中) 수출은 감소했으나 대만·태국 등지로의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의 제주 농수산물 수출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지역 농산물은 75만 달러를 수출, 89만 달러를 기록했던 작년 동기대비 15% 가량 감소했다. 수산물은 대표품목인 넙치 수출량에 크게 변동이 없어 전년 동기 수출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수산식품 수출은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출 중단 시 파프리카의 경우 17.5%, 방울토마토는 13%, 딸기는 10%까지 농가 소득이 감소한다. 반대로 농수산식품 수출이 10억 달러 증가했을 때의 파급효과는 신선 농산물의 경우 부가가치 8억1000만 달러, 취업유발효과는 3만1000여명으로 전자기기나 화학제품 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이번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농식품수출 업계도 신규 수출시장 발굴과 수출품목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제주의 농수산물 수출 역시 대부분의 품목이 일본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탓에 ‘엔저현상’ 등의 외부요인으로 인한 곤란함을 여러 차례 겪어 왔다.

농수산식품 수출의 증감사유는 외교관계·기후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자연환경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 농산물은 생산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전략적 육성을 위한 공적기능이 중요하다.

전략적으로 수출 품목을 육성해 큰 성공을 거둔 선례로 파프리카가 있다. 1990년대에 네덜란드 등지로부터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수출용으로 재배하여 일본을 중심으로 수출시장을 개척해 왔다. 지난해 연말기준 3만여t을 수출했다. 일본 내 연간 파프리카 수요 4만여 t임을 감안하면 한국산 파프리카의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제주지역에서도 새로운 수출유망 특화품목 발굴로 수출 농업 여건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는데, 눈에 띄는 품목이 키위이다. 제주 키위 생산량은 2015년 기준 8554t으로 전국 생산량의 45%에 달한다. 수출도 2015년 32만 달러에서 2016년 135만 달러로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전략품목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있다.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생산자·수출자 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유관기관 등 모두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다. 우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농식품 수출 전문 공기업으로서 한국산 우수농식품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수출 품목 발굴과 상품화, 검역·통관, 현지마케팅, 홍보 등 신규시장 진출부터 정착까지 통합적인 수출 지원을 통해 농식품수출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경제 국경이 사라진 지금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해외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인구절벽 등으로 장기적인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농업도 4차 산업혁명, 이상기후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제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제주도는 아열대 작물 재배의 증가 등 큰 변화에 노출돼 있다. 그에 따라 신품종 개발·신소득작목 육성·안정적 생산을 위한 시설 현대화 등 중장기적 대책이 대응이 필요하다.

현명한 토끼는 3개의 굴을 파놓는다고 한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로 어려운 때를 대비해, 우리 농식품 판로를 다양하게 개척해야 한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식품 수출 환경 조성을 통해 우리 농식품의 신규 수요처를 안정적으로 확보, 우리 농업의 미래 먹거리를 미리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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