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가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과 관련 투자자금의 실체를 투명하게 규명하기 위해 ‘자본검증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달 13일이었다. 제주도의회가 도민사회의 여론을 수렴해 검증위 구성을 요청한데 따른 조치였다. 당시 일각에선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제도적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오라단지는 시범적으로 하겠다는 의미다. 시한을 정하지 않고 더 이상 검증방법이 없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신관홍 도의회 의장 역시 “사업자 ‘먹튀’ 방지를 위해서라도 대규모 사업에 대한 자본검증은 필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나 오라단지 사업 주체인 제이씨씨(JCC) 박영조 전 회장이 4일 반박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자본검증’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원희룡 도지사가 국제적인 전례가 없는 비법·편법적인 자본검증을 추진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어 “자본검증은 별도의 위원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공인된 신용평가기관과 회계법인에 조사를 맡기면 된다”면서 “법적인 근거도 없이 거창하게 위원회를 만들며 오라단지 문제를 정치 제물로 바쳤다”고 맹비난했다.
이날 박 전 회장은 JCC와는 전혀 무관한 ‘개인자격’으로 하는 기자회견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하지만 JCC 홍보이사가 사회를 보고 회견문을 대독하는 등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일각에선 JCC가 박 전 회장의 입을 빌어 자본검증 불가 입장 및 불편한 심경을 도민사회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박영조 전 회장은 기자회견 전날(3일) 도내 일간지에 ‘미래사업자가 도지사님께 드린 100일간의 답장 없는 편지’를 통해 오라단지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제주도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 투자 기피처가 됐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원희룡 지사를 ‘황제도지사’로 지칭하며 “도민을 희롱하지 말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박 전 회장의 주장 속엔 일정 부분 옳은 말도 있다. 그러나 비판도 ‘금도’가 있어야 한다. 현직 사업자도 아닌 전직 대표가 대놓고 막말을 해가면서 ‘분풀이’를 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다.
더욱이 오라관광단지는 제주 최대 규모의 대형사업이다. 사업이 자칫 잘못되면 그 후유증과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 뻔하다. ‘투명한 자본검증’은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일환이자 도민들의 요구 사항임을 JCC와 박영조 전 회장은 잘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