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장 3개로 나눠 3년마다 순회 채취
이용 주체 해녀들 ‘동참·희생’이 관건
제주도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102군데의 어촌계 마을어장은 해녀의 삶의 터전으로 전복·소라·성게·톳·우뭇가사리 등과 같은 소득품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특히 제주산 전복은 옛날 임금님 진상품으로 귀중하게 여겨왔으며, 제주해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자원으로 모두들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전복의 생산량은 최성기로 보는 1990년 연간 184t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최성기에서 채 20년도 지나지 않은 최근에는 연간 생산량이 10t, 거의 20분의1 수준까지 줄어버렸다. 감소라고 하기엔 그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일반인들이 보면 ‘멸종’해 버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할 만도 해 보인다.
감소 원인으로 연안개발과 수온상승 등에 의한 어장환경 변화도 있겠지만 남획에 의한 산란 가능한 어미 전복이 부족한 것도 아주 큰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미 전복자원을 늘리고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전복 윤채(輪採)어장’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윤채어장 도입을 위해선 정해진 규정과 기간 동안 조업(채취) 금지가 이루어져야 하기에 우선 해녀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합의’ 과정이 그리 쉬워보이진 않는다. 현재 대부분의 해녀가 60세를 넘고 있고 윤채어장 도입에 따른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어느 정도 생산량을 올릴 수 있는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새로운 조업형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동의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악화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해녀 스스로의 동참과 희생이 있어야 하겠다. 특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해녀문화의 가치를 더욱 발전시키고 계승하기 위해서는 해녀들의 자율적인 어장조성과 관리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복 윤채어장은 전복의 생태와 채취크기 등을 감안한 3년 주기 조업방식이다. 이를 테면 어촌계 마을어장을 3개소로 나누어 어장조성과 종자방류를 실시하고, 이 후 3년간은 조업금지를 시키고 1년에 1개소씩 순번으로 채취를 하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윤채어장에서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성장소의 선정이 대단히 중요하다. 어장조성은 전복 서식에 적합한 구조의 어초 등을 시설하고 전복 먹이가 되는 해조류의 공급도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조장 구축도 필수적이다.
윤채어장 관리·운영에는 해당 어촌계 해녀 모두가 참여하여야 하고 3년간 금어기간 동안에는 불법 채취에 대한 감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윤채어장 운영은 각 어촌계별로 가칭 윤채어장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용규정을 정하고 관리방법이나 생산금액의 배분방법 등을 명확히 해 두어야 한다.
한편 일본 지바현 한 어촌마을에서는 248명의 해녀로 구성된 윤채어장 추진 위원회를 조직화하여 사업성과를 높이고 있다. 윤채어장에서의 전복 회수율은 일반어장에 비해 3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실질적인 어업소득이 발생하면서 어장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고령의 해녀들도 윤채어장 추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철저한 관리가 생산량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전복자원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전복자원을 회복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윤채어장 도입이며, 윤채어장은 어장관리의 교과서라고 여길 수 있다. 전복 윤채어장으로의 실천은 그 누구도 주도할 수 없으며 오로지 어장 이용 주체인 해녀만이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마을어장을 끊임없이 사용되었기에 이제부터는 조금씩이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야 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윤채어장의 도입과 실천은 제주바다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핵심이며, 제주해녀의 가치를 모두가 높이 인정하고 응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