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원인·구성물질 따라서 분류
분석구·응회환·용암돔 등 3가지
오름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체를 뜻하는 제주말로, 지금까지 약 370개가 제주도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름에 대해 지질학자들은 오랜 기간 비바람에 깎이면서 낮아진 작은 언덕들까지 한때 뜨거운 용암을 분출한 화산체였음을 알아내고 제주도에 약 455개의 오름이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제주도의 지표뿐만 아니라 지하에도 수많은 오름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이미 발표한바 있다.
그렇다면 오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제주신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설문대 할망의 치마폭에서 떨어진 흙이 굳어진 것일까? 아니면 백록담에서 분출한 용암이 날아와 떨어져 만들어진 것일까?
지질학자들은 제주도의 오름이 한라산과 상관없이 모두 독립적인 화산분출로 형성된 분화구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라산의 측면을 따라 용암이 빠져나와 오름을 형성했다는 기생화산이라는 용어도 잘못된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지질학적 관점에서 오름은 구성물질에 따라 크게 3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분석(제주말로 송이)으로 구성된 ‘분석구’(또는 ‘송이오름’)다. 분석은 지하에 있던 마그마가 흔들었던 사이다의 뚜껑을 따는 것과 같은 원리로 화산분출시 가장 먼저 뿜어져 나오는 용암의 거품을 말한다.
분석은 현무암질 용암의 일종이지만,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가볍고 주로 붉은색을 띠고 있다. 분석은 영어로 스코리아(scoria) 또는 신더(cinder)라고 하는데 ‘신더’는 부엌에서 일하는 재투성이 아이를 뜻하는 동화 신데렐라의 주인공 이름에서도 같은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제주도 오름의 대부분이 분석구에 해당되며, 거문오름·용눈이오름·다랑쉬오름·어승생악·윗새오름 등이 대표적인 송이오름이다.
한편 제주도 해안 주변에는 화산재 지층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오름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오름이 응회환 또는 응회구다. 쉽게 말해 ‘화산재 오름’이라 할 수 있다.
화산재 오름은 지하에서 올라오던 뜨거운 마그마가 차가운 물을 만나 강력하게 터지면서 마그마와 주변 암석이 가루가 되어 하늘로 뿜어졌다가 지표에 차곡차곡 가라앉아 만들어졌다. 그래서 수성화산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현상은 뜨겁게 끓고 있는 프라이팬 기름 속에 몇방울의 물이 들어가면 갑자기 기름이 사방으로 터지면서 튀어나가는 현상과 유사하다. 프라이팬 속 끓는 기름은 온도가 약 150℃지만 마그마는 2000℃가 넘기 때문에 그 폭발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여 주변의 암석을 모두 가루로 만들어 분출시키는 것이다.
화산재 오름은 마그마와 물과의 반응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물이 풍부한 바닷가 주변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대표적으로 성산일출봉·송악산·수월봉·용머리·단산·군산·두산봉·하논 등이 이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오름과 달리 유달리 볼록하게 솟아있고 분화구가 없는 오름들도 존재하고 있다. 이 오름은 꿀처럼 점성이 높은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할 때 너무 끈적해서 잘 흐르지 못하고 위쪽으로 계속 밀려올라와 볼록하게 솟은 지형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볼록하게 솟은 화산체의 독특한 형태 때문에 지질학자들은 종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종상화산 또는 용암돔이라 부른다. 제주도에는 산방산·영실기암·백록담 남벽·문섬·범섬·섶섬 등이 대표적이다.
제주도 지표에 분포하는 수많은 오름들은 얼핏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송이오름과 응회환인 화산재 오름, 그리고 용암돔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도민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의 오름을 많이 찾고 있다. 오름을 오르는 동안 발에 차이는 돌멩이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오름이 만들어졌고 또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주말 돌멩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름을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