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조만간 임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15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서다. 그러면서 17일까지 청문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마치 ‘최후(最後) 통첩’을 연상케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 후보자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글로벌한 인물로 국민 지지도 훨씬 높다며 당차고 멋있는 여성”이라고 추켜세웠다. 특히 지금은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를 앞둔 외교적 비상상황이라며, ‘국민의 뜻’에 따라 강경화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는 야3당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본다”며 “문 대통령의 밀어붙이기가 현실화된다면 국회 차원의 협치(協治)가 사실상 끝난 것은 물론이고, 우리 야당으로서도 보다 강경한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남아있는 인사 청문회를 비롯해 추가경정예산안 및 정부조직법 등 각종 현안과 관련 앞으로 ‘강(强) 대 강(强)’ 대치가 예상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지금 정부·여당이 내세우고 있는 ‘국민의 뜻’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80% 내외를 웃도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때문인지, 아니면 일부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인지 그 정확한 근거가 아리송하기만 하다.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의 경우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부적격자’라며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3당 국회의원을 합하면 전체의 과반을 넘는다. 이들 또한 국민이 직접 선출한 사람들로, 그 속내야 어떻든 ‘국민의 뜻’을 대변하고 있다. 혹여 정부·여당은 정당 지지율 운운하며 ‘발목잡기’라고 폄하할지 몰라도 민심(民心)은 수시로 변하는 법이다.
물론 ‘외교적 비상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 책임을 전적으로 야당에 돌려선 안 된다. 협치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야당의 일방적 양보만 바라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보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작은 것은 양보할 수도 있어야 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젖어 밀어붙이다 자칫 소탐대실(小貪大失)을 초래할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