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딩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더 중요
그것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가르쳐야
고대 사람들이 무거운 물건을 옮기기 위해 나무 조각 3개를 엮은 바퀴가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동차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알렉산더 벨이 전화기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에도 스마트폰 없이 파발마나 횃불로 장거리 의사소통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류 역사 변화의 중심에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기술적 혁신이 자리한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단순히 기술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사회 및 경제구조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기술적 혁신과 이로 인해 일어난 사회·경제적 큰 변화의 시기를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인류는 1차와 2차·3차 산업혁명을 지나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독일이 2010년 발표한 ‘하이테크 전략 2020’의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에서 제조업과 정보통신의 융합을 뜻하는 의미로 처음 사용됐다. 그리고 세계경제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의제로 설정하면서 전 세계적 화두로 등장하게 됐다.
이후 많은 미래학자와 연구기관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산업·사회의 변화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시 4차 산업혁명 육성 대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쉽게 말해 4차 산업혁명은 생명과학·인공지능·로봇기술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그 중 단연 중요한 부분이 소프트웨어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해 3월 있었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인간’이 인공지능 컴퓨터에게 1대4로 완패하는 장면을 보면서 향후 인공지공 때문에 사라질 직업에 대한 우려와, 기술 혁신과 산업혁명은 언제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냈던 것처럼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코딩교육 열풍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 제주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코딩교육과 제주의 4차 산업혁명 전략을 통해 경제 양극화와 디지털 격차 해소, 디지털을 활용한 직구(직접구매) 등을 통해 민주주의의 토대 마련을 위한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IT 전공자로서 우려를 말하고 싶다. 현재 IT의 변화와 파괴 속도는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인공지능을 알기 위해서는 무조건 코딩교육을 필요하다는 식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제주시에는 코딩캠프, 부모님과 함께하는 코딩 워크숍 등을 개최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코딩교육’, ‘놀이처럼 배우는 코딩교육’ 등의 다양한 슬로건으로 코딩을 누구나 쉽게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동의하기 어렵다.
코딩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코딩을 배웠다고 해서 없던 창의력이 생겨나지도 않고,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저학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리도 없다.
그리고 논리적 사고·창의력·문제 해결능력·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이런 건 절대 코딩을 조금 배운다고 생겨나지 않는다. 물론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걸 목표로 코딩교육을 해서는 안된다.
소프트웨어를 문제 해결방식의 하나로 생각해야 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수업이 중요한거지, 소프트웨어 자체를 학습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현재 코딩열풍은 모든 사람이 코딩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모든 사람이 코딩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코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본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축으로 불리는 코딩 그 자체를 배우지 말고, 그걸로 뭘 할 수 있을까를 가르쳐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코더가 아닌 창의적인 사고를 가지는 개발자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