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사회 핵심적 가치는 소통
‘촛불’ 시발점은 인터넷 소통 채널
불의 권력 폐부 찌르며 가치 복원
카페·팟캐스트·페이스북 등 다양
지역 마을방송국도 보편화
더 많은 인문학·첨단산업 발전 기대
학여불급(學如不急). 배움은 그 끝이 없다고 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인간은 생존환경에 적응하며 복잡하고 다채로운 사회를 구성하고 번성하면서 가장 오랫동안 성장기를 갖는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인간을 제외한 많은 동물들은 실제로 인간의 10분의1도 못되는 유년기를 보내다 성체로서 면모를 갖춘다.
인간의 성장기가 유독 긴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복잡한 사회구성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갓난아기가 태어난 후 배우고 익혀야할 인간사회의 각종 규범과 질서, 약속들에서부터 매우 고도화된 언어·기호·상징체계와 각양각색의 조직적 구조를 이해하며 사회구성원으로서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20년이다.
성인으로서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대우하는 기준인 것이다. 그리고 이 기준은 투표연령 하향 조정 요구 등 ‘적용 연수’를 더 낮추도록 사회적 압력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인간사회구조의 핵심적 가치는 소통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언어·습관·법률 등의 체계는 소통을 매개로 구조를 지지하는데 실질적인 시대가치를 품었다. 한 시대를 살아내며 지내야하는 현대인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 소통이라는 가치가 상실되면서 엄청난 풍파를 겪었다.
한 때, 모진 과거를 뒤로하고 미래적 가치를 추구하던 우리 국민은 상실된 가치를 복원하기 위하여 소통을 사용했다. 인터넷 선진국답게 온라인에서 시작된 소통의 힘은 불의(不義)한 권력자를 조롱하고, 잘못된 판단을 분석했으며, 허수로서 속이려던 결과를 진실의 팩트로 바로잡았다.
권력을 위하여, 자기이익을 위하여 불통을 고집하고 양심을 저버린 자들에게 소통은 칼이 되어 잘못된 권력의 폐부를 찌르고 머리를 베어낸 것이다. 눈 가리고 귀 막혔던 국민은 상실된 가치를 복원하기 위하여 다양한 소통방법을 선택했다.
수백만의 시민이 촛불을 들게 된 시발점은 인터넷을 기반의 소통채널들이다. 과거 권력자들은 방송3사를 장악하고 언론재벌과 결탁하여 정국을 호도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수백~수천에 이르는 인터넷소통채널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인터넷으로 가능해진 ‘소통의 바다’는 사회 참여적 콘텐츠를 양산하였고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맞갖은 설명과 해설은 필요치 않다. 누구나 상식의 눈으로 바라보면 쉽게 이해되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는 소통이기 때문이다.
인터넷동호인을 중심으로 발달한 포털사이트의 카페와 블로그, 팟캐스트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에 이르기까지 소통을 위한 SNS의 형태 매우 다양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소셜네크워크의 미래지향점은 그 끝이 어디에 닿아있는 지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성장하고 발전하며 진보하는 대중소통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유기체로도 보인다. 이를 배우고 익혀야하는 현대인은 ‘20살까지로 지향된 성인인증’의 근대적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놓고 말았다.
매우 비싼 방송장비와 세련된 말솜씨를 자랑하는 아나운서는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 내 이야기, 이웃이야기, 마을이야기로 구수하게 채워지는 방송의 형태는 이제 마을방송국이라는 타이틀로 지역마다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팟캐스트를 지원하는 글로벌사이트가 멀티미디어에 대응하는 서비스는 이제 더 이상 화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개성과 삶의 지향점에 따른 자기목소리를 어떻게 포장하여 상품화하여 이 시대에 많이 팔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통의 첫 번째 가치가 되었다.
더 많은 인문학이 소비되고 생성될 것이며, 더 많은 첨단산업이 보편화될 것이다. 이미 많은 언어·기호·상징체계는 잘 포장된 팟캐스트 형태로 트렌드를 만들어 줄 것이며 각양각색의 조직적 구조들은 각종 커뮤니티로 거듭날 것이다.
아장거리며 걷기를 시작하여 20세에 성인이 됐던 인류는 깊고 큰 인문학과 첨단을 갱신하며 나날이 진보하고 성장하고 있다. 이제 맞닥뜨린 6차산업혁명의 사회에서, 정보전달 소통의 이 시대에게 필연적으로 해석되어야하는 철학적 소산으로서 학여불급의 의미가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