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체계 개편의 ‘그늘’
제주 도심 고목 가로수 수난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그늘’
제주 도심 고목 가로수 수난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7.0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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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R~아라중 구간 73그루 큰 가지·뿌리 등 잘린 채 이식 불가피
▲ 제주여고 사거리에 심어진 구실잣밤나무 16그루가 가지들이 대거 잘려져 나가 예전의 웅장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사진=오수진 기자>

제주 도로교통체계 개편으로 버스 전용차로 개설을 위해 제주도내 곳곳에 심어졌던 나무들이 이식된다. 이 과정에서 수십 년 동안 제주 도로에서 가로수 역할을 해왔던 고목들의 뿌리가 손상돼 이식 이후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도는 버스중앙차로제 도입을 위해 광양로터리부터 아라초(2.7km) 일부 구간에 현재 중앙화단 형식으로 심어진 구실잣밤나무 16그루를 제주시 조천읍 함덕회차지로 옮겨 심는다. 또 공항로 후방나무, 관목류 등 90그루와 중앙로의 먼나무, 후방나무, 왕벗나무 등 73그루도 축산진흥원으로 옮겨 관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십 년간 땅속에 내린 깊은 뿌리까지 모두 차에 옮겨 싣는 것은 어려워 1~1.5m 정도만 분을 뜨면서 뿌리털도 잘려지고, 하부가 부실해진만큼 지상부의 가지도 쳐내는 이식 방법을 택하면서 향후 고목의 성장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나무에 물을 많이 줘야 하고 온도에도 민감한 여름철 진행되는 이식인 만큼 나무가 덜 힘들고 고사하지 않도록 ‘강전정’ 방식을 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식 후 ‘몸살’을 겪는 고목의 적응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전문가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제주여고 사거리의 구실잣밤나무들은 가지들이 대거 잘려져 나가 예전의 웅장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는 없는 상태다.

제주공립나무병원 관계자는 “이식을 위해 전정한 고목들은 시간이 지나면 순이 올라오지만 활착(뿌리가 땅에 내려 새 뿌리가 내리는 시간) 기간도 있어 어린 나무보다 이식지에서 적응하는데 오래 걸린다”며 “잘 옮겨 심고 관수를 아주 잘 한다 하더라도 본래의 웅장한 모습으로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무가 자라기 힘든 여건이 아닌 이상 고목들은 그 자리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개발 등으로 인해 고목들이 잘라져 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제주도 교통관광기획단 관계자는 “옮겨 심는 나무 중 고목들은 제주여고 구간 뿐”이라며 “우리는 교통만 생각할 뿐, 환경이나 나무까지 생각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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