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제주여성 리더십 강화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제주여성 리더십 강화
  • 이은희
  • 승인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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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경제적 참여, 낮은 사회적 지위
양적 확대 함께 질적 역량 강화 필요

제12회 제주포럼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필자는 이번 포럼에서 ‘조직 혁신을 위한 여성 리더십 역량 강화’라는 주제의 젠더 세션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세션은 여성의 대표성 제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유엔과 한국·싱가포르·일본 등 국내외 젠더 전문가를 초청해 여성 리더십 현황과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젠더 세션의 목적은 영문 제목 ‘Empowering women’s leadership : expanding influence and innovation’에서 그 개최 의도가 좀 더 명확히 드러난다. 직역하면 ‘여성 리더십 역량 강화 : 영향력과 혁신의 확산’이 된다.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은 성평등 정책의 핵심적인 지표다. 그동안 세계 여성 정책의 패러다임들은 바로 여성의 사회참여의 목적과 전략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변화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여성 정책의 패러다임은 여성을 발전의 수동적 수혜자로 간주하는 복지적 접근이 보편적이었다. 유엔은 1975년 ‘여성의 해’를 선포하면서 여성이 발전의 능동적 주체임을 강조하는 ‘발전에서의 여성(WID: Women in Development)’ 전략을 채택하여 생산영역에서 여성의 참여를 강조했다.

그러나 WID 전략도 여성을 복지의 대상으로 주변화하는 결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1985년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3차 세계여성대회에서는 남녀 간의 불평등한 관계의 개선에 초점을 둔 젠더 중심의 ‘GAD(Gender-and-Development)’ 전략을 채택했다. 이어 1995년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는 젠더 관점을 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하는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을 채택했다.

이처럼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개념과 전략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는데, 우리사회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인식과 현실은 여전히 과거의 WID적 개념에 머물러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본다. 즉, 교육·고용·정치 등 많은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가 확대됐지만, 성평등한 지위의 확보에는 이르지 못하고, 전통적 성역할의 테두리에서 주변화 되는 경향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제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지위는 여전히 낮다.

이러한 현실은 여성리더십의 ‘양적인 확대’와 더불어 이제는 여성리더십의 ‘질적인 역량’ 강화를 위한 성평등 정책이 모색돼야 함을 적시한다. 특히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남녀 ‘내각 동수’ 달성을 공약으로 내건 현 시점에서, 지역에서도 적재적소에 필요한 여성 인재의 발굴과 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 정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 제주사회도 지역 개발, 인구와 자본의 이동, 저출산·고령화 등 급격한 사회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이번 제주포럼 젠더 세션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멜리사 알바라도 유엔여성기구 프로그램매니저의 지적대로, 여성리더십에 대한 국가적 투자가 지속될 경우 빈곤척결·생산성 향상·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경험과 연구를 통하여 증명되고 있다.

제주 지역 여성 리더십 역량강화를 위한 투자는 저출산·고령화, 지역개발, 인구 변화 등 현재 제주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중요한 견인차가 될 것이다. 여성 리더십 강화를 위해서는 단지 생물학적 여성으로서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조직과 사회에 대한 문제인식과 변화에 동참하는 여성주의적 리더십이 필요함은 더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투자에 지역사회가 더욱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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