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중턱 망가져…자본 무한 증식 막을 때”

제주의 난개발을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의 외침에 거리를 지나던 도민들의 발걸음도 멈춰섰다.
제주시 오라2동 일대 357만 5753㎡ 부지에 들어설 제주 오라관광단지 사업의 수많은 논란들을 보며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는 제주시민 250인의 자발적 발언은 차를 타고 가던 시민들, 은행을 가던 주민, 그리고 일부 공무원들까지도, 그 수는 많지 않았으나 제주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그들의 말을 경청하게 했다.
12일 오후 SNS에서 오라단지를 반대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행동하는 제주시민 250인’은 제주도의회 앞에서 시민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오라단지 사업 부결의 이유를 전했다.
은행원 생활을 접고 4년 전 제주로 이주한 강대균씨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개발 지향적인 도정 철학을 꼬집었다.
강씨는 “원 지사는 한 인터뷰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오라관광단지 같은 대규모 개발을 2~3개는 더해야 한다고 했다”며 “그럼 제주도가 2015년도에 16개 지자체 중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제주도가 잘 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의 높아진 경제성장률은 부동산 경기에 힘입어 이뤄진 것”이라며 “개발업자들이 제주에 땅을 사고, 건축하고, 분양하면서 강남 아파트 값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간 만큼 경제 성장률이 반영된 것이다”고 꼬집었다.
다음 발언 주자인 정헌진 씨는 “집 근처에 민오름이 있다. 오름에 올라 한라산을 보면 정말 예쁘고, 제주에 산다는 것에 대한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된다”면서 “하지만 그 인근에 앞으로 중국리조트, 카지노 등이 들어온다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제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주를 둘러보곤했지만, 제주에서 오래 지낼 수록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집에서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라산은 제주도민들에게는 제주에 사는 이유이고, 위안을 느끼는 존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연준 민중연합당 제주도당 준비위원장도 “제주도는 미래를 위해 자본의 무한 증식을 막고 도민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제주가 제주다울 때, 진정 제주도의 주인이 도민임을 확인할 때, 제주도의 주인이 자본이 아니라 도민을 위해서 재구성될 때, 행복한 제주도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한라산 중턱에 5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지하수가 망가지고 도민의 삶이 망가진다는 데 우리는 좌시할 수 없다”며 “이제 도민들이 나서고 있다. 원지사는 도민들이 나서는 것을 똑바로 보고, 도민의 뜻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귀웅 제주청년협동조합 사무처장도 “도민은 도지사와 도의원에게 공공자원까지도 함부로 매도하라고 위임한것은 아니다”라며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대의하라고 위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라단지 찬성 측은 청년들이 먹고 살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는데, 말도 안된다”며 “원지사는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오라단지와 제2공항을 들었는데, 개발사업으로 청년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런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외에도 행동하는 제주시민 250인은 오라단지 최종 승인절차가 통과되면 원 지사 퇴진 운동 등도 전개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날 시민 ‘필리버스터’는 자발적인 공연과 발언 등을 이어가며 제주 오라단지 개발 전면 백지화를 촉구 발언을 오후까지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