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과·배보상 문제 “현 트럼프 정부에선 낙관 못해”
“4·3 알리기 아직 멀어…노근리처럼 현지 언론 활용해야”

제2회 4·3평화상 수상자인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학 석좌교수가 “미국인으로서 4·3의 비극으로 인해 희생된 제주도민들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9일 시상식에 앞서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 우도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미국이 38선 이남에서 남한 정부를 운영하던 당시 이 아름다운 섬에서 벌어진 끔직한 학살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낄 뿐”이라며 “미국의 이름으로 자행된 학살의 존재에 대해 극소수의 미국인만 알고 있는 비극을 반추했다”고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은 거의 늘 그랬듯 전후 한국사에서 단순히 무고한 방관자로서 취급을 받아왔으며, 항상 수동태로 이야기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3사건에 대해 알면 알수록 슬프고 끔찍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저를 포함한 많은 역사가들이 4·3사건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힘든 과정을 통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4·3희생자를 생각하면 언제나 슬프지만, 제주도민들의 회복력을 생각하면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4·3 70주년을 맞아 미국의 사과와 배·보상 요구 문제에 대해서 “정치경험이 일천하고, 지난 수십년간 재임했던 대통령 중 역대 최악인 트럼프라서 낙관할 수 없다”고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말했다.
이어 “오바마 정부였다면 캠페인 등을 통해 사과와 배·보상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번 트럼프 정부에서는 무리일 것 같다”고 거듭 밝혔다.
이와 함께 “4·3사건의 경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진다”며 “미국인들은 한국전쟁 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서 무지하다”면서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지난 2000년 뉴욕타임스 1면에 실린 노근리 사건처럼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현재 한국의 시민사회에 대해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80년대 독재정권에 저항부터 지난해 촛불집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평화적 정권교체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인상깊게 지켜봤다”면서 “한국이 군사독재를 벗어나 성숙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이룩한 사례는 다른 나라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3평화상 수상자인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학자로 한국 현대사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가 저술한 ‘한국전쟁의 기원’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게 된 원인을 다각적으로 규명했고, 국내외에서 한국전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침서가 됐다.
특히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제주도 인민위원회에 관해 서술하면서 제주43사건의 배경과 원인으로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공동체성을 강조했다.
또 그의 저술 ‘한국현대사’에서도 4·3사건의 원인과 전개과정, 결과를 자세하게 서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