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후폭풍’이 아주 거세다. 제주도가 가금류 14만 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나선 가운데 제주산 닭과 오리 등 가금류의 도외 반출마저 전면 금지된 상태다. 또 오일시장을 통해 시중에 판매된 오골계 160마리 중 상당수 물량의 유통경로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가 하면, 16년 만에 제주에서 치러지는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사태로 인한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사육농가들의 볼멘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살처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유독 제주에 한해 ‘반출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내 가금류 사육농가는 제주시 118곳(162만마리), 서귀포시 64곳(20만마리) 등 모두 182곳에 달한다. 닭이 167만 마리로 가장 많고 메추리 10만 마리, 오리 4만3000마리, 꿩 1만8000마리 등이다.
하루 평균 도계 물량은 약 1만5000마리로 이 가운데 5000마리 정도가 도외로 반출되고 있다. 그러나 AI 사태로 농림식품부가 반출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유통 자체가 꽉 막혔다. 앞서 농림부는 제주에서 AI 발생 사실을 인지(2일)한 바로 다음날, 제주산 닭고기에 대한 반출금지 조치를 내렸다.
물론 AI 추가 확산 등을 막겠다는 당국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정작 문제는 제주산만 유통을 금지시킨 가운데 AI 사태를 촉발시킨 전라북도 등 타 지역에서 생산된 닭들은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도내 한 육계조합 관계자는 “AI 발생 지역이라 하더라도 안전지역에서 도계된 닭은 지금도 유통되고 있는데 제주만 반출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며 “육지부 닭고기 유통은 허용하면서 제주지역 닭고기 반출을 막는 것은 결국 제주 양계농가를 다 죽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도는 농가들의 원성이 비등하자 “비상사태가 풀리고 나면 이동제한은 해제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오일장에서 유통된 상당수 오골계의 행방이 ‘오리무중’에 빠지는 등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비상사태’가 쉽사리 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제주도는 AI 사태와 관련 현실적인 단기대책 및 미래에 대비한 장기대책을 따로 수립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효율적으로 이번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