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프지만 청정제주 위해”…미확산 지역서 ‘AI 유입막기’ 안간힘
제주지역에서 사상 첫 고병원성 조류독감(AI, H5N8)이 발생하면서 축산진흥원에서 애지중지 키워 온 제주재래닭을 비롯해, 주요 관광지와 초등학교에서 기르던 관상·교육용 조류들까지 살처분 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 AI 여파를 받지 않은 관광지에선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며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7일 진흥원 축사시설 3곳이 고병원성 AI 발생농가 반경 3㎞ 이내에 포함됨에 따라 이 안에서 기르던 제주재래닭 572마리를 모두 살처분 했다고 밝혔다.
축산진흥원이 제주 재래닭을 사육·보존하기 시작한 건 1986년부터로 당시 도내에 흩어져있는 암컷 23마리와 수컷 3마리를 수집한 진흥원은 현재까지 31년간 혈통을 보존해왔지만 AI 여파를 피하진 못했다.
축산진흥원 관계자는 “애써 기르던 닭을 살처분 하게 돼 가슴 아프다”며 “하지만 AI 종식을 위해 예방적 살처분에 동참해 청정 제주를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축산진흥원은 AI사태가 종식되면 재래닭 사육농가(7개소)에서 사육 중인 재래닭은 분양받아 종 보존 및 증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제주시 해안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선 교육용으로 기르던 닭과 오리, 금계, 칠면조, 공작새 등 72마리가 살처분 됐다. 학교측은 평소 친구처럼 여기던 아이들의 충격을 덜어주기 위해 방과 후인 오후 5시부터 살처분 작업을 진행했다.
AI 사태로 주요 관광지 관상·체험용 조류들도 수난을 격고 있다. 발생지역 내 위치한 일부 테마파크에선 관상용으로 기르던 앵무새 등이 살처분 됐고, 다행이 발생농가 3km 밖에 있는 관광지에선 예방차원의 격리와 방역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동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서귀포시 한 관광농원인 경우 AI 발생소식을 접하자 즉시, 오리 등을 이용한 체험 및 공연 프로그램을 중단,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해당 농원 관계자는 “AI 위기 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되기 전 예방차원으로 격리했다”면서 “현재 오리 등 가금류를 사용한 체험 및 공연은 모두 취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서부지역 대표 관광지인 한림공원은 아직 AI 여파가 미치지 않은 지역이지만, 인근 애월읍까지 AI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앵무새, 타조, 공작 등 160여마리의 관상용 조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림공원 관계자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사육장을 소독하고 있고, 공원 주 출입구 등에도 소독판을 설치, AI 유입을 막기 위해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