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 12만마리 살처분 등 ‘초비상’
AI 확산 12만마리 살처분 등 ‘초비상’
  • 제주매일
  • 승인 20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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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의 한 종계농장에서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사례가 잇따르면서 그 여파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 AI 양성 반응이 나온 농가 3곳 주변의 가금류 12만 마리를 살처분(殺處分)키로 하는 등 초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제주도는 5월 27일~6월 2일 제주시 오일시장에서 오골계를 구매한 농가 신고 59건 301마리에 대해 확인에 들어갔다. 그 결과 제주시 조천읍·노형동·애월읍 3곳에서 간이 진단키트 검사 양성 반응이 나왔고 H5 항원이 검출됐다. 도는 이에 따라 세 농가가 보유한 가금류 59마리를 살처분한 데 이어 반경 3km 이내 방역대에 있는 농가 21곳에서 기르는 가금류 11만9000여마리를 추가로 살처분하기로 했다.

이번 AI 사태는 예전과는 아주 다른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전국적으로 AI가 확산될 때도 제주는 야생조류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을 뿐, 농가에서는 발생하지 않아 그나마 ‘AI 청정지역’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도내 토종닭 사육농가에서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 치명적인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최종 확인되면서 청정 제주 이미지에 치명상(致命傷)을 입게 됐다.

더욱이 군산에서 들여온 오골계 1000마리 중 160마리가 제주시 및 서귀포시 오일시장에서 판매된 것으로 확인돼 AI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오일시장에서 팔린 17곳 82마리의 행방은 확인됐으나, 이미 폐사한 5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73마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오일장 특성상 대부분 현금 결제로 이뤄져 추적이 쉽지 않고 소량으로 구매한 일반 구매자도 많아 누가 어디에 몇 개를 가져갔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된 것은 사육농가들이 폐사(斃死)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도 바로 신고를 하지 않거나 일부는 은폐까지 했기 때문이다. 관계당국의 허술한 방역체계와 안이한 대응도 문제를 더욱 키웠다.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AI 바이러스가 도 전역에 퍼지면서 자칫 ‘토착화(土着化)’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게 만약 현실화된다면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할 정도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비상대책회의에서 “앞으로 축산 등 먹거리에 대해 엄격한 위생기준에 의한 검역 필증이 있을 때만 받아들이는 제도와 기준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방역과 관련한 기구강화 및 인력확보, 운영 매뉴얼에 대한 정비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마치 소 잃은 후에야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이게 말로 끝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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