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현재와 미래
제주의 현재와 미래
  • 송상열
  • 승인 2017.0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개방·교류 통한 경쟁은 필수
청정 자산 고부가가치화 바람직

 

제주의 지역문제는 지역의 범주를 넘어선다. 4.3과 강정의 구상권 문제는 중앙정부와 직결되어 있고, 사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가 간의 문제에 제주 경제가 좌우되는 것이다.

이렇듯 제주의 발전, 혹은 운명은 주변의 국내외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 제주의 주변 조건은 현재 어떠한가, 또한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할까.

재레미 다이아몬드는 저서 ‘총, 균, 쇠’에서 대륙간 불균형 발전에 의문을 품고, 선진국과 후진국의 원인을 지리적·환경적 요소에서 찾았다. 본격적인 문명의 시작을 농업으로 볼 때, 유라시아의 농업 발전 조건이 다른 대륙보다 나았다는 분석이다.

채집 수렵생활에서 농업으로의 이전은 문명사적인 혁명이었다. 생산력 증가와 정착생활로 인구가 늘고 초기 정치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각종 무기 또한 향상되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러한 기술과 시스템을 이룩한 유럽인들에게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유라시아의 기술 발전을 견인한, 농업에 유리한 지리적·환경적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유라시아는 온난한 기후 지역인 만큼 다양한 종이 서식하고, 작물화·가축화할 수 있는 종 또한 많았다. 아울러 대륙의 구조가 같은 위도 상에서 횡단하고 있어 문물의 전파가 용이하고, 경쟁과 협력 또한 가능했다.

반대로 아프리카의 경우 사하라 사막으로 인해 유라시아의 문화가 전파되기 어려웠다. 그리고 상하로 길고 좁은 아메리카는 지리적 구조와 서로 다른 기후 때문에 문화와 기술 교류에 난점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제주를 한번 돌아보자. 제주의 지리적·환경적 조건은 어떠한가. 제주는 최근까지만 해도 최남단 섬으로 변방이었다. 경제 발전도 늦었고 사회문화적으로도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교통의 발달, 그리고 중국과의 가까운 거리로 제주에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 인구와 대규모 국내외 자본이 유입되고 이는 앞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연간 1600만 명이 찾는 최고의 관광지, 2025년 인구 100만 시대, 이제 제주는 변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진기지이자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길목이 되었다.

이러한 지리적·환경적 조건의 변화가 가지는 함의는 무엇일까. 폭력적인 무력을 행사했던 아메리카 발견 당시와는 달리 문명시대인 지금 합법적이면서도 구조적인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일 것이다.

장개석 등 중국 본토인이 대만으로 이주하면서 힘의 경쟁에서 뒤처진 대만 섬의 원주민은 자연스레 산간 지역으로 밀려났다. 또한 싱가포르의 지리적 가치를 직감한 부유한 화교들은 대규모 자본으로 원주민을 변방으로 밀어내었다.

제주에도 외부 자본이 유입되며 각종 대형 개발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결코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섬에서 자족적으로 살아갈 수도 없다.

앞서 살펴보았듯 문명은 교류와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 제주는 역사적으로 과거 200년간의 대륙봉쇄령으로 정체의 시기를 겪었다. 또 다시 정체된 고립의 역사를 감내하지 않으려면 개방과 교류 그리고 그를 통한 경쟁은 생존의 필수 요건이다.

자본 경쟁에서는 열세이지만 개방과 교류를 주도해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본에 맞설 수 있는 무기는 ‘지식’이다.

고도로 집적된 지식과 정보로 ‘제3의 무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며칠 전 끝난 제주포럼에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높게 평가한 전기차 사업 그리고 헬스케어타운의 방향성 논의에서 모아진 양한방 통합 의료 사업, 지역밀착형 6차화 연계 사업 등이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제주는 이제 개발의 방어적 의미로서 청정이 아니라 청정의 자산을 기반으로 이를 전략적으로 고부가가치화 할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