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의 ‘제멋대로 운영’이 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학예연구사 배치 기준을 무시하고 결재 없는 출장을 일삼는가 하면, 수의계약 공사 등의 문제가 도감사위원회에 대거 적발됐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1일 발표한 종합감사 결과는 문화행정의 정도를 벗어난 ‘월권’ 그 자체였다. 우선 학예연구사 배치만 하더라도 그렇다. 원활한 학예업무 수행을 위해 도는 한경면 소재 제주현대미술관을 제주도립미술관 산하로 편입시켰다. 그러나 도립미술관은 이를 악용해 학예연구사 4명을 모두 도립미술관에만 배치하고 현대미술관은 학예사 없이 운영했다.
이는 ‘모든 미술관은 학예사 1명 이상을 두도록 규정’한 박물관·미술관진흥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도립미술관 측은 업무의 효율성을 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도감사위는 관련 법령에 미술관별로 학예연구사를 두도록 돼 있고 현대미술관의 경우 거리상으로도 멀어 적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도립미술관은 지역 예술활동을 장려하는 대관업무도 자의적인 잣대만 들이댔다. 2014년 이후 상설전시실은 기존에 허가를 내주었던 단체에만 대관해줬다. 특히 시민갤러리는 ‘미술관 중심의 전시 운영’이란 내부적 판단에 의거해 아예 대관신청조차 받지 않았다. 미술계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도립미술관이냐”는 거센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인력 채용도 제멋대로였다. 도립미술관은 올해 초 조사보조원 채용공고를 내고 지원자 9명 중 4명을 서류심사 통과자로 발표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종 면접심사에서 당초 자격요건에도 없던 ‘외국어 능통자’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불합격 처리해 버렸다.
그런가 하면 도립미술관장은 상급(행정부지사)의 결재 없이 관장 본인의 전결 처리로 총 20여회에 걸쳐 국외 및 관외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밖에 부적정한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숱한 잡음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도감사위는 도립미술관장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할 것을 제주도에 요구했다. ‘제주문화의 향기’가 넘쳐 흘러야 할 도립미술관마저 잘못된 행정관행에 푹 빠져 있으니, 참으로 씁쓸하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