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성을 강간 혐의로 고소한 김모(29·여)씨가 끝내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무고(誣告)는 ‘허위사실을 날조’한다는 점에서 고소(告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특히 피해자의 경우 잘못 찍힌 ‘낙인’으로 인해 두고두고 큰 후유증을 안고 산다는 게 큰 문제다.
제주지방검찰청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수사과정에서 적발한 무고사범은 무려 17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검찰에 적발된 무고사범의 유형은 재산을 가로채거나 채무를 면하기 위한 경우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사례와 성범죄 허위고소, 개인적인 악감정에 따른 보복 목적이 각각 4명으로 나타났다.
무고 사례도 다양했다. 앞서 거론한 강간(强姦) 당했다고 무고한 것을 비롯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여성의 빚을 대신 갚아준 후 관계가 진전되지 않자 상대를 차용금 사기로 고소하기도 했다. 정모(43)씨는 A씨가 폭행 혐의로 고소하자 자신도 맞았다고 상대방을 맞고소했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예전에 축구를 하다 골절된 것을 맞은 부위라고 속였던 것이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무고사범은 선량한 국민이 큰 피해를 입는 가운데 수사력까지 낭비하게 하는 중대범죄”라며 “상대방이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를 받는 등 그 폐해가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제주지역의 경우 ‘무고’와 관련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한국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인 ‘4·3사건’ 때도 그렇거니와, 전두환 정권의 ‘삼청교육대’와 관련해서도 죄 없는 사람들이 큰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억울한 피해를 방지하고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무고를 중대범죄로 다스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