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성폭행 등 반인륜적 범죄 자행”

대한민국이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 제주4·3에 대한 올바른 역사이해가 바로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하 제주포럼)’ 마지막 날인 2일 오후 제주포럼 처음으로 제주4·3 세션이 마련, 국가폭력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소수자들의 문제를 짚어보는 뜻 깊은 자리가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세션에서 강우일 천주고 제주교구장은 기조발표를 통해 “제주포럼을 열고 평화를 논하면서도 그동안 제주도민들이 현대사에 겪어온 고난과 압박, 희생의 역사에 대한 언급도, 성찰도 생략해 왔다”며 “때문에 도민들에게 제주포럼이 현실과는 무척 동떨어진 형언할 수 없는 공허로 다가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4·3 당시 제주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성범죄와 성폭행이 횡행하는 등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인 범죄가 자행됐다”고 지적하며 “이제라도 제주사람들이 살아온 현대사의 궤적을 돌아보고, 공포와 억압에 짓눌려 살아온 세월을 공유하고 성찰하는 일은 모든 사람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구장은 “국가차원의 공식적인 진상규명은 2000년 1월 김대중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된 ‘제주4·3특별법’에 서명함으로써 비로소 시작됐고, 이후 2003년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되면서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큰 참극이 땅 속 깊숙이 파묻혔다가 50년이 지나서야 봉인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제주4·3은 국민 대부분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과거 무덤의 봉분 속에 파묻힌 잊혀진 사건”이라며 “4·3의 진실한 배경, 정황, 책임이 올바로 밝혀지고, 국민의 올바른 역사이해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참된 진리와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사회로 발돋움해 나갈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미야기 키미코 오키나와대학 교수는 ‘오키나와와 제주를 둘러싼 폭력의 구조’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제주4·3을 알면 알수록 국민이 분단되고 주민에게 폭력을 가한 측에 선 경찰 조직 편성과 운영은 한국을 식민통치한 일본의 국가 폭력적 시스템을 본뜬 것임이 판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4·3과 오키나와에서 여성의 고난에는 공통성이 있음은 물론 크게 다른 면도 있다”며 “제주의 많은 주민들이 경찰과 청년단 등에 의해 대량 사살됐지만 오키나와 전쟁에서 지금까지 자국민의 조직적 폭력은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