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은 숱한 비지정문화재
전수조사 통한 체계적 관리 필요
최근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운 대통령이 참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앞선 정권에서 원성을 샀던 일들, 즉 비정상이었던 일들이 정상을 찾아가는 모습들을 국민들은 후련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새로운 기대감에 젖어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띠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일자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만들기위원회도 직접 챙겼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만들기 지표 상황들을 집무실에 배치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인천공항공사를 방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지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형국이다. 참으로 비정규직에겐 ‘평생 숙원’이던 일들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희망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적지 않은 고통과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문화재 현장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있다. 정규직은 지정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지정문화재는 법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지 보존과 보호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제주도엔 국가지정 포함해 지정문화재는 281개가 있다. 국가지정은 보물·사적·천연기념물·명승·중요민속자료·등록문화재가 있다. 제주도지정문화재는 유형문화재·무형문화재·기념물·민속자료·문화재자료로 분류돼 관리하고 있다.
문화재의 비정규직은 비지정문화재들이다. 비지정문화재는 어느 정도인지 알지도 못한다. 다만 예전에 제주시와 서귀포에서 만든 문화유적분포지도에 수록돼 있을 뿐이다. 그것들의 위치와 목록이 정확하지 않다.
아울러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법적 구속력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 투여할 예산도 전무하다시피 하다.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일부 확인조사 정도에 그치고 있다.
최근 비지정문화재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해안지방의 경우는 심하다. 예를 들면 과거 해안도로 건설로 훼손된 방어유적의 하나인 환해장성이 유독 몸살을 앓고 있다. 도내 환해장성은 고작 10여개소만 지정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다. 환해장성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급한 실정이다.
연대나 봉수도 마찬가지다. 봉수는 조선시대 25개가 오름 정상부에 있었는데, 최근 전망대·레이더기지·산책로 등으로 이용되며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고,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단 1개도 없다. 다행스럽게도 토산봉수의 경우 마을에서 지속적인 자체 보호노력을 강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연대는 38개가 있었다고 하나 23기만 지정돼 있다. 나머지는 비지정문화재로 농경지 및 주택·묘지·도로가 조성되면서 지속적으로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의 민간신앙의 성소인 신당들도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같은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행정의 책임으로만 돌릴 것인가 하는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내 고장의 문화유산을 찾아내 가꾸고 알리고, 후손에게 전해 주려는 노력이 모인다면 ‘정규직’으로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2013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향토유산 보호조례’가 있으나 당장 도내 ‘비정규직’ 문화유산을 당장 지정문화재로 ‘정규직화’ 하는 게 행정적으로 쉽지 않다. 향토유산 지정기준인 역사적·예술적·학술적·기술적·경관적 가치, 투력한 지역적 특성과 향토문화 연구를 위한 보존·관리의 필요성 등을 단기간에 ‘기계적으로’ 충족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유형별 기초조사가 필요하다. 조사결과를 기준으로 훼손될 여지가 있는 문화재는 조례에 근거, 향토유산으로 지정하고 차후 문화재지정 등을 통해 진정한 정규직으로 승격시켜 관리·보존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