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특별도 출범 만 11년
시간 쫓기듯 시행 실패 미리 예감
무늬만 특별도 ‘무용론’까지
헌법적 지위·분권 논의 ‘무의미’
새 체제 위한 제도개선 절실
기초자치단체 조속한 부활 기대
올해로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만 11주년이 된다. 제주특별도 설치 논의는 참여정부 하에서 지방분권 내실화 차원에서의 소위 ‘지방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는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아울러 이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지방분권특별법 등이 제정됐다. 특히 지방분권특별법(8조)에는 ‘국가가 필요할 때 특정 지방 자치단체의 실정에 맞게 지방분권을 시범적으로, 차등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었고, 이는 제주자치도 설치논의 근거가 됐다.
이처럼 제주자치도 체제는 도민의 총의를 모아 자발적으로 설치되지 못하고 정부의 시책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구상되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 과정에서도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적합한 자치역량도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정부시책 부응 차원에서 시간에 쫓기듯 설치됐다. 어쩌면 당초부터 실패를 예감케 했다.
그 결과 제주자치도는 체제의 비능률과 비효율 극복 등 특별도의 설립 취지에 부응하지 못하며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했다. 도민 상당수는 그래서 ‘무늬만 제주특별자치도’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첫째, 당초 저비용·고효율을 지향한다는 명분은 사라지고 고비용·저효율의 체제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게 됨으로써 제주자치도 존재 이유를 유명무실케 하고 있다. 혹자는 무용론까지 들먹이고 있다.
그 사이 역대 도지사들은 치적 명분 논리에 안주한 채 우격다짐으로 권한 이양 받기에 안달 난 듯 했다. 다른 시·도의 경우 대체사무로 하여 보조금 또는 교부금을 받을 수 있는 사무까지도 권한이양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불필요한 중앙권한까지 대폭 이양 받는 우(愚)를 범하기 일쑤였다. 그 결과 조직팽창에 조직운영비 등의 과다지출을 초래함으로써 도민 복리증진 사업을 위한 재정압박이 가시화되기도 했다.
둘째, 그렇다고 정부가 제주자치도 설치·운영에 걸맞게 재정특례를 두어 제주도의 재정자립도를 강화시켜주지도 않았다. 특히 세제 개편을 서둘거나 보조금 또는 교부금 제도의 개선을 통하여 특별지원제도를 두지 않음으로써 제주자치도 설치 취지를 무색케 했다. 그 결과 2016년 현재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가 52.5%이나 제주자치도는 37.8%로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관련 공약사항들이 도민적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제주자치도의 헌법적 지위보장, 재정자립도를 강화할 수 있는 제주특별법 재정특례 규정의 신설, 기초자치단체의 부활 등이 포함된 ‘제주자치도의 제도적 완성’이다.
그러나 현행 헌법 해석론에 따르면, 자치단체 조직형태는 입법권 행사를 통해서도 폐지되지 않는다. 또한 특정 자치단체가 자신의 책임 하에 전권(全權)을 행사하여 지역사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자치단체의 주관적 법적 지위도 보장된다. 이런 해석은 제주자치도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들어 별도 제주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보장 규정을 굳이 둘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한다.
그리고 개별 자치단체에는 자신의 사무를 자신의 책임 하에 행할 수 있는 권한으로서의 지방분권이 인정된다. 그 범위에는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으나 개별 입법을 통해 그 내용이 제한되고 있어 그 제한이 정도가 과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전체 자치단체에 보다 강화된 지방분권이 인정될 필요성이 제기됐고, 관련한 헌법 개정 논의가 조만간 전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단지 제주만을 위한 분권논의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할 뿐만 아니라 전혀 바람직하지도 않다.
생각건대 시범적 제주자치도 체제는 그간 기대와는 달리 많은 문제점을 양산했다 지방분권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체제로 자리매김 되지못할 가능성 또한 매우 커졌다. 다른 시·도로의 확산 시행 가능성 역시 매우 희박해 보인다. 따라서 이 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조속한 부활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