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오태경씨 ‘미군정 책임문제’ 등 증언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천주교 제주교구, 세계섬학회,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백악관 등을 찾아 4.3당시 미군정의 책임을 묻고 미국정부의 적극적인 4.3 진실규명 노력을 촉구했다.
방문단은 23일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열린 4.3 증언회에서 4·3 당시 18세였던 오태경(87·서귀포시 표선면 거주)씨를 목소리를 통해 4.3의 아픔을 전했다.
그는 4.3 발발의 원인이 됐던 서북청년단 문제, 표선에서 이뤄진 학살 상황, 미군정의 책임 문제 등에 대해 털어놨다.
오씨는 “4.3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미국 현지에 와서 4.3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모두가 함께 4.3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기조연설을 통해 “4.3의 아픔을 치유하는 진정한 것은 단순한 화해만은 아니”라며 “당시 진실에 대한 책임 있는 규명과 사회가 함께 치유의 길로 나갈 수 있어야 하고, 미국정부도 치유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문단은 이튿날인 24일에는 백악관과 희라노 상원의원실,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실을 잇따라 찾아 미국 정부가 4.3에 대한 진실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청원의견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양윤경 제주4.3유족회장도 에드로이스 미국 하원의 외교위원장을 만나 제주4.3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서줘야 한다고 건의했다.
백악관 앞에서는 미국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4.3관련 자료를 나눠주며 제주4.3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오임종 제주4.3유족회 수석부회장은 “이제 4?3에 대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미국이 나서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사과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윤경 유족회장도 “4.3은 미군정시대에 시작됐고, 이 비극은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아직까지도 고통으로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 시간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