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계 서비스 가치 열대우림 10배
마을어장 중심 유지·확대 방안 추진
해조장(海藻場)은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용어지만 삶에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바다 수면 아래에 미역·다시마·대황·모자반·감태 등의 갈조류의 식물이 무성하게 ‘숲’을 이루는 해중림(海中林)의 터전이 해조장이다.
바다 숲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풍요로운 수산자원의 은혜를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나아가 바다환경도 자정능력 부족으로 더욱 악화되고 오염이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해조장은 어류나 패류 등 수산생물의 산란장이나 은신장소로 이용되기도 하고 광합성에 의한 산소 생성과 수질정화 등도 책임을 지는 중요한 장소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함께 매립이 이루어지면서 해조장이 축소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해수온 상승·토사 유입 등 수질오염과 갯녹음 확산 등으로 많은 양의 해조장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최근 인위적 해조장 조성사업이 중요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해조장은 연안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고, 영양염 고정이나 생물생산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발휘하고 있다. 연안역(沿岸域)은 해양에서 가장 단위면적당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기능이 높은 해역으로 해조장이나 산호초는 높은 생태계 서비스를 갖는 생태계를 포함하고 있다. 해양면적에서 차지하는 연안역의 비율은 불과 9%지만 해양의 총 1차 생산량의 4분의1을 책임지고 있다.
연안역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는 단위면적당 외양역의 16배이고 전체 면적으로 환산한 경우에도 외양역의 1.5배를 갖고 있다고 밝혀지고 있다. 해조장은 전 연안역 면적의 12% 정도밖에 안되고 전 해양 면적으로 환산하면 1%에 미치지 못하지만 단위면적당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는 열대우림의 10배로 높기 때문에 해양 면적의 91%를 차지하는 외양역(外洋域)과 동등한 정도의 종합적 가치를 갖고 있는 중요한 곳이다.
반면 연안역은 육상과 해양의 중간에 위치하는 에코 돔(Eco-Dome)으로 쌍방으로부터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온난화에 따른 다양한 환경변동의 영향을 받기 쉬운 특징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연안역 해조장이 육지로부터 유입된 담수나 토사에 따른 수질오염 등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환경악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옛날부터 연안어업을 영위해 온 우리나라에서는 이전부터 해조장이 수산생물에 있어 중요한 서식장소라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보호·관리 중요성은 최근에야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해조장 조성사업은 일본보다 90년 가까이 늦은 2007년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1909년에 어업제한 규정을 마련하여 해조장의 파손이나 소실이 우려되는 어구에 대해 사용을 금지토록 하고 있다. 해조장 조성 시험이나 갯녹음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지금은 각 현의 수산시험장을 중심으로 지역에 맞는 해조장 조성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바다 생물은 물론 인류에게도 중요도가 높은 해조장 생태계가 과도한 이용에 의해 크게 쇠퇴하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10억 이상의 사람이 주요한 동물성 단백질원을 어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식료 공급 서비스의 향방은 앞으로도 해조장을 포함한 연안 생태계의 변화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바다가 푸르고 풍요로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조장 생태계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돼야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해조장의 생태계는 한번 무너져 버리면 회복에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된다.
해양수산연구원은 도내 마을어장을 중심으로 해조장의 유지와 확대를 위해 여러 형태의 시험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제주에 적합한 해조장 유지·조성 모델을 보급, ‘청정’ 바다 환경 조성하고 도민과 바다 생태계가 ‘공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