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도정 주민과 대화 진정성 부족
반대도 수용 가능한 열림도 중요
지난 5월18일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는 상당한 화제가 됐다. 일부에서는 “기념사가 기념비적이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앞선 대통령의 연설과 비교하며 작성자가 누구인지와 높은 문장의 완성도 등에 대해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던 이유는 문장의 유려함 보다는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 갖고 있었던 평소의 생각과 의지 등이 거짓 없이, 그리고 꾸밈없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 문장 하나 하나가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았다고 본다. 서두에 진정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제주지역에 산적한 지역현안들이 해결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는 시작은 ‘진정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진정성을 말하고자 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제주지역에 여러 약속을 했다.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킨 참여정부를 계승하고 있기에 특별자치도의 완성은 물론 강정 해군기지·제2공항 등 제주지역 내 야기된 갈등의 해소까지 새 정부에 거는 도민의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에 원희룡 도정은 강정 해군기지와 관련하여 구상권 철회와 사면복권을 공식 건의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또 제2공항과 관련해서는 지사가 직접 성산읍을 찾아 하룻밤을 묵으며 반대주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만남 이후에 오히려 아쉬움과 반대의 목소리가 더 확대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원인은 앞서 말한 ‘진정성’이 결핍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도정의 소통 행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서 비롯됐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사업추진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지역주민과의 상생방안 마련’을 전제로 조기 개항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즉 주민과의 소통을 전제로 한 제2공항 지원을 천명했기 때문에 원도정의 소통행보는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반대주민들과의 만남이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발주하는 시점과 맞물려 이루어졌기에, 반대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지가 미흡한 것으로 진다. 사업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입장에서 보면 반대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하는 행정의 이면에는 제2공항 건설 절차를 착착 밟아 나가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원희룡 도정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원희룡 도정이 제2공항과 관련된 갈등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보여주기식 대화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 또한 아니다. 다만 불신과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마음과 마음이 닿는 ‘진정성’이 다소 부족하지 않느냐는 아쉬움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진정성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남는다. 그것은 반대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본다. “제주도와 대화를 통해 우리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구나”, 그리고 “도정이 주민들 편이 되고자 하는 구나”라는 것을 그들이 느낄 수 있을 때 마음이 움직이며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 제주지역에 상존한 현안과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별한 전략과 인적네트워크도 중요하겠으나, 그에 우선하여 우리 안에서 도민 모두를 보듬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자세와 대화의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은 제주가 갖고 있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모처럼 만들어진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릴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