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권력무상 인생무상이다. 5월 23일은 두 전직 대통령의 처지가 극명하게 갈린 ‘운명의 하루’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부활한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의 길을 걸었다.
이날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교체’를 헌사한 자리였다. 한때 ‘폐족’을 자처한 시절도 있었으나, ‘노무현의 영원한 친구’인 문재인이 새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들 또한 화려하게 되살아났다.
문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노무현이 좌절한 이후 우리 사회, 우리 정치는 더욱 비정상을 향해 거꾸로 흘러갔고 국민의 희망과 갈수록 멀어졌다”면서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고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뭔가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는 느낌”이라고 밝혔고, 시인이기도 한 도종환 의원은 낭독한 헌시 ‘운명’에서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라고 감격해 했다.
이와는 반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갑을 찬 채 ‘503’이란 수용자 번호가 적힌 배지를 달고 최순실 등과 함께 첫 재판에 임했다. 이로써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로 피고인석에 앉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마침 얄궂게도 이날은 봉하 마을에서 ‘승리의 잔치판’을 벌인 날이라, 박 전 대통령이 느낀 그 치욕과 굴욕감은 더욱 컸으리라 여겨진다. 이와 관련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오늘은 대통령의 날?”이라며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음미한다”고 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역사가 참 짓궂다”는 촌평을 내놨다.
24일자 신문 대부분은 이 두 가지 사안을 대비시켜 지면을 장식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진영을 떠나 실로 착잡하기 그지없다. 이 같은 우리 헌정사의 불행이자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기를 바라는 것은 국민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통 큰 ‘통합의 정치’를 펼치길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