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국가를 지탱하는 뿌리 ‘가정’
부모·부부·자녀 서로 ‘배려’는 기본
5월도 언제나 돌아오는 1년 12달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을 거쳐 15일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날들을 보내며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그동안 잊었던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5월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하나의 작은 사회로 지역뿐만 아니라 나라의 중심이다. 뿌리가 나무를 지탱해주 듯 건강하고 웃음이 넘치는 가정이 많아야 그 지역 사회가, 더 나아가 그 나라가 안정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 나갈 수 있다.
누구나가 꿈꾸는 건강한 가정은 가족 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이뤄지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선 가족 구성원 모두가 부양·자녀양육·가사노동 등 가정생활에 동참하고 서로 존중하며 신뢰해야 한다.
그렇지만 요즘 언론매체를 통해 종종 알려지는 소식들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부모를 살해하는 자식, 아기를 버리는 엄마, 생활이 어렵다고 연로한 부모와 어린 자식을 팽개치고 ‘도주’하는 사람들. 이 모두 파괴돼 버린 가정의 모습이다.
아프리카 사바나에 사는 ‘누(Gnu)’들은 매년 건기에 새로운 풀을 찾아 대이동을 하는데, 반드시 거친 물살이 일렁이는 거대한 마라강을 건너야만 한다. 그 곳에는 몇 달 전부터 누 떼가 오기만을 고대(苦待)하는 악어들이 득실댄다.
강물 앞에 도착한 누들은 위험한 물살과 눈에 불을 켜고 먹잇감을 기다리는 악어들을 보며 잠시 주춤한다. 그러다 선두그룹의 누군가가 앞장서서 강물로 뛰어들면, 곧이어 다른 누들도 잇따라 뛰어들어 선두그룹 주위를 둘러싸며 보호하게 된다.
그리곤 먹이사슬이란 자연의 이치에 따라 몇몇이 악어의 밥이 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누들이 강을 건너게 된다. 위험을 무릅쓰고 먼저 뛰어든 누나, 그 뒤를 따른 누 모두 결국 서로가 서로를 보호한 셈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푸른 초원을 찾아갈 방법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자기희생이 그들의 생존 비결이다.
우리에게도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자기보다 가족 구성원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와 희생정신이 있어야만 한다. 부모는 자녀를 가장 소중히 여기고, 부부는 서로 신뢰하며 자녀는 부모님께 효를 다하겠다는 마음이 있을 때, 우리 가정은 누 떼가 서로를 위해 희생하며 새로운 땅을 찾아가듯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조남주의 소설 ‘82년 김지영’은 1982년생 김지영으로 대변되는 여성들의 인생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逼眞)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에 살면서도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억압하고 힘들게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지영이가 17세 되는 1999년 남녀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여성가족부의 출범으로 성 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만, 순간순간 좌절하게 만드는 성 차별적 언어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폭력 속에서 성장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서글펐다.
필자보다 한 세대 정도 늦게 태어났지만, 내가 느꼈던 상황과 어찌나 비슷한지 마음이 씁쓸했다. 이제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 여성과 남성이 나란히 행복해야 건강한 가정이 되고, 그래야만 우리에겐 미래가 있다.
우리 제주특별자치도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에게 마음을 전하세요! 가족이, 제주가 모두 모두 행복해집니다!’를 슬로건으로 다채롭고 풍성한 행사로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나의 자녀, 배우자, 부모님도 듣고 싶어 할 것이다. 항상 마음엔 있었지만 쑥스러워서 하지 못한 그 말을 오늘 해보자. “사랑해, 고마워, 그래! 믿고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