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오고 있는 대한민국의 진짜 봄
이제야 오고 있는 대한민국의 진짜 봄
  • 홍성직
  • 승인 2017.0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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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갑자기 훈훈해진 느낌
원인은 단 한사람 ‘새로운 대통령’
소통과 상식 준비된 지도자

국민 생각·아픔 적극 보듬는 행보
인사도 거침없고 신선
처음처럼 정치 ‘나라를 나라답게’

 

제주의 봄은 환상이다. 집 주위·야산 할 것 없이 나물 천지다. 냉이·꿩마늘·쑥·머위·고사리·두릅·방풍·엄나무·양하·오갈피·곰치 등. 이 무렵에는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이런 나물들을 밥상에 올릴 수 있다.

정원에서 간신히 연두색 움을 틔우던 팽나무는 이제 짚은 녹색 잎이 앙상했던 가지를 덮고 있다. 5년생 올리브가 엄청난 양의 열매를 가지마다 내밀었다. 올해는 고소한 올리브 열매 맛을 보여 줄 모양이다.

분명 올 봄은 추위가 다른 해보다 오래가고 있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우리 주변이 갑자기 훈훈해 지고 있는 느낌이다. 왜 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늙은이의 노래라 불리는 노자의 ‘도덕경’에 이런 말이 나온다. “가장 좋은 것은 백성들이 임금이 있다는 정도만 아는 것이요. 그 다음에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며 그 다음에는 두려워하는 것이고, 가장 나쁜 것은 임금을 백성이 모욕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있다는 정도만 안다는 노자가 얘기한 최고 경지의 나라를 언제나 꿈꾼다. 하지만 국민에게 모욕 받던 대통령을 보낸 뒤끝의 대한민국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지금 우리는 오랜만에 사랑받고 존경받는 대통령을 가져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대선기간 동안 어딘가 어눌하고 스마트한 느낌이 없어 ‘치매환자’라는 가짜 뉴스까지 나돌아 걱정했던 후보가 결국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패’를 까보니 소통과 상식은 기본이고 새 대통령의 너무나 준비된 모습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어떤 야당 의원은 “지나치게 잘하고 있어 무섭다”고까지 했다.

청와대기자단에서는 오랜만에 주어·동사·목적어가 제 자리를 찾아가니 오히려 헷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적폐청산’과 ‘협치’는 같이 갈 수 없는 길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없지 않지만 한완상 전 부총리는 “적폐청산이 바른 협치의 문을 여는 키”라고 하면서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이 값싼 통합 정치 유혹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권면(勸勉)했다. “김대중 정부도 노무현 정부도 제대로 된 적폐청산 없이 얼렁뚱땅 통합 정치를 하다 나라가 이 모양이 됐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의 인사들이 최근까지도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와 탄핵을 반대했던 자유한국당 근처에서 얼쩡거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국정교과서 폐지·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등을 통해 국민들의 생각을 헤아리고 아픔을 적극 보듬는 행보를 보여줬다. 동시에 탄핵 반대 수호세력으로 밖에 보이지 않던 황교안 총리·김수남 검찰총장·박승훈 보훈처장을 연이어 아웃시켰다.

인사도 거침없고 신선하다. 이낙연 총리·조국 민정수석·피우진 보훈처장·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차례로 임명했다. 미리 준비한 순서대로 펼쳐 보이는 ‘정치묘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짜릿하고 신선한 기쁨을 매일 국민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대통령의 광주 5·18기념식 참여와 함께 기념사에서 나타난 진정성은 모든 국민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어용’이 된 느낌이 없지 않다.

아무래도 좋다. 유 작가는 그렇게 불리는 것을 거부했다지만 문재인 정부 덕분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진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걸음이라도 전진한다면,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제 때 결혼해 아이 낳고 살만한 곳이라 생각할 수 있는 나라로 변모해 나간다면 기꺼이 ‘어용’이 되겠다.

‘처음처럼’ 끝까지 같은 모습으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 박수받는 대통령과 성공한 정부가 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국민과 찍지 않은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잘하는 것에는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조금이라도 아니라 생각되면 철저한 ‘지적질’로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와 제주4·3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해 본다. 계절의 봄은 가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진짜 봄은, 그 길었던 겨울이 가고 이제야 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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