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
가사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
  • 부서연
  • 승인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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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한 노동임에도 존중받지 못해
가사노동 인식·주체 생각 바뀌어야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남아 집을 보다가 파도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동요 ‘섬집 아기’다.

전형적인 단조의 노래여서 곡조가 슬프다. 한인현 시인이 붙인 노랫말도 내용을 풀어보면 슬프기 그지없다. 젊은 엄마는 아기를 홀로 남겨두고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바다에 일을 하러 간다. 굴을 따며 생계를 이어가는 엄마는 아기를 돌봐주는 이 없는 상황이 못내 안타깝다. 혼자 있는 아기 걱정으로 굴을 따면서도 안절부절 한 바구니도 채우지 못한 채 허겁지겁 모래 길을 달려간다.

돌봐주는 이 없이 아이를 혼자 두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하러나가야 했던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까. 해녀였던 엄마가 일을 하러 나가면 돌아올 때까지 늘 기다림의 연속이었던 필자의 어린 시절 모습과 섬집 아기의 모습이 사뭇 흡사해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그리고 어린 시절은 굴을 따러 간 엄마를 간절히 기다리던 아기의 마음이었다면, 성인이 된 지금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퇴근시간까지 안절부절 하는 엄마의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이 한 바구니도 채 채우지 못하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섬집 엄마’의 모습에 투영된다. 그래서 바다에 갈 때마다 한없이 미안한 표정으로 발길을 떼던 ‘해녀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던 철없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최근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남성들과 함께 일하며 존재해왔다. 그러나 일하는 여성에 대한 가치는 제대로 평가되지 못해왔다. 안타깝게도 여성들의 삶은 크게 변화된 것이 없어 보인다.

특히 여성들의 가사 노동에 대한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사노동은 사회적 생산을 위한 노동력 생산에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의 ‘사적노동’에 지나지 않다고 폄하된다. 게다가 임금으로 환산되는 것이 아니므로 경시되고 있으며 엄연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돌봄 가사노동은 GDP(국내총생산) 산출에도 포함되지 않고 있다.

노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 여겨진다. 생산을 위한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생산을 위해 노동을 충전하기 위한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여성의 당연한 노동으로 생각하고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3년 ‘전업주부 연봉을 찾기’ 서비스를 통해 30대 주부의 하루일과를 노동시간을 대비해 계산한 월급은 대략 314만 6000원, 연봉은 약 3775만원이었다. 한 홈쇼핑업체는 40대 전업주부의 연봉을 3407만원으로 제시한 바도 있다.

최근 법원 판례에 따르면 도시 일용직 건설 노동자의 일당 기준에 따라 정해진 주부의 연봉은 3646만원이다. 얼마 전 ‘집안일을 해보니 월급 480만원은 받아야한다’라는 한 주부의 글이 화제가 됐던 것처럼 이제는 가사노동의 가치가 재평가돼야 할 시점이다.

가사노동의 ‘주체’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가사노동은 더 이상 가정 내에서 여성 혼자 감당해야하는 일이 아니다.

여성 혼자만의 일이 아닌 가정 내 구성원들이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함께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직장인 아내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전업주부 남편’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없진 않으나 아직 미흡하다.

5월 가정의 달이다. 5일 어린이날과 8일 어버이날에 이어 오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2)이 하나(1) 된다는 의미로 21일을 부부의 날로 지정한 것처럼 가족구성원이 함께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가사노동에 참여한다면 가정의 달 5월이 더욱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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