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비슷한 일상들 ‘공감’속 세계화마인드 배양



“우와 29도래. 엄청 덥겠다” “피자랑 치킨 너겟을 좋아한다고? 우리랑 비슷하네!” “책 읽고 걷기도 우리들 아침활동이랑 별 차이가 없는걸?”
16일 금산공원 앞에 소담하게 자리한 제주시 애월읍 납읍초등학교 5학년 교실. 24명의 아이들은 칠판 옆 대형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화면 안에는 호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 10여명이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화면을 사이에 두고 전교생의 숫자를 묻고, 날씨를 묻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호주 학생들의 목소리가 화면으로 넘어올 때마다 제주 아이들은 “덥겠다” “우리랑 같다” 등의 말을 내뱉으며 해외 친구들과의 이색적인 만남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 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지난 3월부터 호주 뉴잉글랜드대학의 ‘호주-한국 화상교육 프로그램팀’과 연계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초·중학교와 화상수업 시범운영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도내 8개 대상학교 중 하나인 납읍초가 이날 두 번째 화상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5학년 학생들은 주3시간 영어를 배우고 있다. 파트너가 된 호주 싱글톤 퍼블릭 스쿨과는 지난 4월에 이은 두 번째 만남이다.
제주 학생들은 이날 4명씩 6개의 조를 짜, 자신들의 아침활동과 방과후 수업, 학교 축제, 급식 메뉴 등에 대해 설명했다. 호주 친구들도 싱글톤 학교에 대해 안내하고 교가를 합창해 들려주었다.
수업은 40분간 진행됐다. 담임교사가 중간 중간 진행을 보조했을 뿐, 수업의 주인은 아이들이었다.
박용준 군은 “호주 아이들의 특유의 포즈가 가장 인상 깊었다”며 팔을 공중으로 뻗어 흉내 내 보였다.
갈소원 양은 “그 곳 친구들의 여러 활동(체육, 여행)이 부럽고 좋아보였다”며 “먼 나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학생들은 한 달에 한두 번 화상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차지연 담임교사는 “처음에는 어려워했는데 이번에는 두 번째라고 아이들이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며 “간단한 말 위주로 영어 문장을 미리 연습하며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교사는 “특히 이번 여름방학에 호주 홈스테이가 예정돼 있어, 아이들이 영어 공부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사교육을 잘 받지 않는 아이들이라 화상수업이라는 직접적인 자극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교육청은 올해 납읍·종달·금악·무릉·서광·서귀서초·신산초 등 7개 소규모 읍면 초등학교와 위미중학교를 대상으로 화상수업을 시범 운영한다. 도교육청은 지난 1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교육부를 방문해 화상교육의 향후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호주 뉴잉글랜드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앞으로 호주 학교와 상호 교류를 계속 확산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