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문 후보는 40%를 상회하는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재수(再修) 끝에 꿈에 그리던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이변(異變)은 없었다. 한때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잠시 주춤거렸다. 하지만 공식 선거전 중후반부터 고수해 온 1강 체제를 끝까지 유지하며 마침내 대권(大權)을 거머쥐었다.
異變 없이 문재인 후보 당선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보수와 진보 양자 이념대결 구도는 약화된 것으로 보이나, 강고한 지역분할 구도는 아직 깨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는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3개 시도에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광주와 전·남북에선 문 후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홍준표 후보는 ‘보수(保守)의 본산’인 대구와 경북, 도지사를 지낸 경남에서 1위를 달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위에 오른 지역이 아예 없었다. 고향인 부산에서도 3위에 머물렀음은 물론 국민의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참패(慘敗)를 면치 못했다.
19대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은 ‘소신투표’의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비록 두 자리수 득표엔 실패했으나 막판까지 선전하며 깨끗한 보수, 당당한 진보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오늘부터 임기 시작 ‘험로’ 예고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압도적 1위로 나타난 후 문재인 후보는 인사말을 통해 “정권교체 염원과 국민의 간절함이 있었다”며 “온힘을 다해 뛴 우리들의 간절함, 그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새 대통령 당선자는 10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당선자 확정을 선포하면 오후 2시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곧바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인수위 등의 준비 절차 없이 취임 선서와 동시에 국정(國政)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새 대통령에겐 ‘험난한 앞길’이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제는 저성장 터널에 갇혀 신음하고 있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으로 한반도의 안보 상황도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전문가들은 새 대통령에게 그 무엇보다 ‘통합(統合)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이로 인한 ‘장미대선’을 거치며 반으로 쪼개진 국론을 다시 모아야 한다는 게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다.
그 기저엔 ‘촛불’을 든 사람도, ‘태극기’를 든 사람도 모두 보듬어 안고 함께 나아가야 할 우리 국민들이란 생각이 깔려 있다. ‘적폐(積幣) 청산’ 등의 개혁보다 ‘통합의 리더십’을 앞자리에 놓는 이유다.
그 다음으로 새 정부가 임기 중에 가장 역점을 둬야할 과제로는 ‘일자리 창출’이 꼽힌다. 고용 없는 성장과 치솟는 청년실업으로 ‘헬조선’이란 말과 함께 서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민심 이반(離反)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효 있는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統合의 리더십’으로 위기 극복을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도 ‘여소야대(與小野大)’는 현실이다. 당장 국무총리·장관 인준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가 있다. 때문에 야당과 협치(協治)를 하지 못하면 ‘식물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념적 프레임에 갇힌 낡은 정치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할 또 다른 이유다. 국가안보 위기 역시 이게 밑바탕이 되어야 극복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면한 국정 현안 이외에도 후보 시절 갖가지 지역공약을 쏟아냈다. 제주의 경우 ‘4·3의 완전한 해결’과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 명실상부한 제주특별자치도를 조성하고, 제주를 동북아시아의 환경수도로 육성하는 등의 공약 실천을 약속했다. 제주지역에서 문재인 후보를 1순위로 지지하며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기대 또한 크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국민들에게 공언(公言)했다. 그 약속이 올곧은 실천으로 이어져 다시는 ‘이게 나라냐’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