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내음 함께 제주고사리철 시작
많은 사람들 꺾으러 들로
무심코 버리는 비닐·고무쓰레기
송아지 먹고 소화불량으로 죽어
지역 축산인들 피해 심각
제발 목장에 쓰레기 버리지 말기를
싱그러운 봄 내음과 함께 제주의 고사리철은 시작된다. 제주 들녘에서 채취한 천연 고사리는 육지부 지인들에게 최고로 꼽히는 선물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새벽부터 들녘으로 나간다. 조금만 움직이면 몇 끼 반찬거리는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 부지런한 어르신들은 고사리철 ‘알바’ 수준을 넘어 ‘직업’이 될 만큼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가정의 달 5월임에도 중산간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 행렬로 보아 아직도 한창이다. 구좌읍 하도 공동목장 김성은 목장조합장은 고사리 철이 반갑지 않다. 목장에서 고사리를 꺾는 이들과 거미오름을 찾는 탐방객들이 무심코 버린 비닐·고무장갑 등 쓰레기가 자식처럼 키우는 송아지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해마다 소 주인들은 대책회의를 열어 목장에 버려진 비닐쓰레기 수거에 온 힘을 쏟는다. 죽음에 이른 송아지를 수의사가 부검하여 비닐이나 고무장갑이 나오면 목장조합장과 소 주인은 분통이 터진다.소를 비롯한 동물들은 생리적으로 몸에 필요한 무기물이나 전해질 섭취 방법으로 쇠붙이·비닐·고무제품 등을 먹는 습성이 있다. 이를 외과적인 수술로 꺼내지 않는 한 소들은 소화불량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오래 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몰고 간 소 때들이 숨을 거두었을 때 위속에서는 예외 없이 나일론 끈·비닐 등이 발견됐다. 바다를 매립하여 조성한 서산목장 흙속에 묻혀 있던 나일론·비닐 쓰레기를 섭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사리를 채취하는 제주의 중 산간 들녘에는 60여 개의 마을공동목장이 있다. 용눈이오름·거미오름·높은오름·천아오름 등 많은 오름들이 목장 안에 자리하고 있어 제주의 소들은 비닐쓰레기 폭탄에 늘 노출돼 있다.
또한 특별한 행사 때 소원을 담아 하늘로 풍선을 날려 보내는 행위도 송아지 등 동물을 죽일 수 있어 그 부작용이 심각하다. 풍선이 하늘에서 날아다닐 때는 풍선에 달린 노끈이 조류의 다리에 엉키는 사고를 야기한다. 바람 빠진 풍선이 지상이나 바다에 떨어지면 해양동물과 초식동물은 이를 먹고 소화관이 막혀 죽음에 이른다.풍선 날리기에 의한 환경 피해가 잘 알려지지 않아 민간은 물론 지자체·학교 등에서 ‘소망 풍선’ ‘희망 풍선’ 등의 이벤트로 무차별적으로 날리고 있다. 지난 서울 롯데월드타워 개장 행사에는 수천개 풍선이 하늘로 띄워졌다. 인천시 선관위는 대통령선거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관중 2000명이 참여하여 풍선 날리기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해 임진각 평화의 종 앞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행사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풍선을 날렸다. 이렇듯 기원·소망 행사에 풍선 날리기가 이뤄지고 있지만 야생동물이나 목장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지 않는다.
해양보호협회 측은 “하늘에 올라간 풍선 중 약 13%만 터져 작은 조각으로 찢어 흩어질 뿐 80% 이상이 바람이 빠진 채 지상에 내려와 쓰레기가 되고, 바다에서는 약 4년 동안 썩지 않고 돌아다니며 피해를 준다”고 밝혔다. 장난삼아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것처럼 인간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하늘로 띄워보내는 풍선이 야생동물은 물론 가축의 생명도 위협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요즘 제주 축산인들은 육지부 소 구제역 발생에 따른 구제역 예방주사 등 가축전염병 예방에 온 힘을 쏟고 있다.덕분에 타 시도에선 브루셀라병과 구제역 등 전염병 발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소 전염병 청정지역 제주산 소들을 좋은 가격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서귀포시는 매년 수망리 들녘에서 고사리 축제를 벌인다. 이러한 행사 때 고사리 채취꾼들이 목장에 무심코 버리는 비닐 등 나일론 쓰레기가 송아지 목숨을 앗아갈 수 있으므로 고사리 채취 시 비닐을 함부로 버리지 않도록 적극 홍보해야할 것이다. 목장조합장을 비롯한 제주 축산인들은 고사리를 꺾는 이들과 오름 탐방객들에게 간절하게 당부한다. “제발 목장에 비닐과 고무장갑 등 쓰레기 버리지 맙써. 우리 송아지덜 죽음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