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섬'의 과제
'평화의 섬'의 과제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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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과연 평화의 섬인가. 평화라는 것이 전매특허처럼 특정지역에만 적용할 수 있는 명제인가.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말할 수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전쟁이 없는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고 정의가 강물 흐르듯 실현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세계 평화의 섬, 제주’라는 호칭은 그냥 선언적 의미 외에는 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가까운 예를 들어보자.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도민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물론,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을 둘러싼 각 계층과 이익단체들의 반발, 혹은 화순 해군항 개발을 놓고 번지는 도민 갈등 같은 것들은 이미 평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 것 하나 조율하지 못하면서 무슨 평화를 논할 것인가.
평화의 섬 사업이라는 것도 무려 17가지를 내세우고 있으나 그 대부분은 종전 제주도가 분야별로 시행하던 것을 그대로 평화의 섬 항목에 갖다 붙인 것에 불과하며, 신규 사업이라 해도 정부의 지원에 의지한 건물이나 법인 만들기 등 백화점식 나열에 그치고 있다.

특별법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제주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제주의 지정학적 위치가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 지향적 위상을 드높이는 데 어느 지역보다 유리한 입지적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제주도가 평화의 섬에 대한 철학이나 뚜렷한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하고 있으니 막막한 노릇이다. 평화의 섬은 선언만 하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평화의 의미를 우선 제시하고 이에 어울리는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대내·외적으로 ‘제주는 곧 평화’라는 인식을 얻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평화의 섬 제주가 실질적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평화의 전초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환경 보전의 모범을 보이면서 도민 화합과 화해의 장으로 거듭 나는 일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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