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권오상(38)씨는 휠체어에 기대어 지내는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선거 때가 되면 투표소까지의 길이 너무 험난해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4일 대선 사전투표를 하려고 찾은 제주종합경기장 야구장 2층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권씨가 투표를 하기 위해선 1층에 설치된 리프트를 사용해야만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벽에 부딪혔다. 리프트 호출버튼이 작동되지 않은 것이다. 한참 뒤에서야 성인 남성 눈높이의 벽면에 붙여진 호출 번호를 발견, 담당자의 도움을 받고서야 가까스로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권씨는 여태 리프트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최근 들어 전동 휠체어나 스쿠터 사용이 일반화된 장애인들에게 리프트는 떨어질 위험과 하중 부담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는 것. 특히 리프트 작동 때 노래가 나오는 등 주변의 주목을 받을 때 참 난감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통역자나 시각장애인에겐 필수인 점자블록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조금씩 투표환경이 개선되고는 있으나 장애인에겐 투표장이 아직도 까마득히 멀기만 하다는 것이다.
권오상씨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누군가의 동정을 받거나 부탁을 해가면서 투표를 하고 싶지는 않다. 스스로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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