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지시에 ‘숙취 운전’ 현행범 체포는 부당”
“경찰지시에 ‘숙취 운전’ 현행범 체포는 부당”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7.0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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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음주측정 거부 50대 무죄 판결 ‘원심 파기’

경찰의 요청으로 숙취 운전을 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7일 음주측정거부(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장모(52)씨의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2015년 6월29일 오후 11시경까지 지인들과 술을 마신 후 제주시 내 한 식당 인근 신축빌라 현장에 차를 놔둔 채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이 현장에 출근한 관계자가 장씨의 차량 때문에 공사를 할 수 없다며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장씨에게 3차례 전화를 걸어 차량 이동을 요청했다.

술이 덜 깬 상태로 일어난 장씨는 오전 9시20분쯤 차량을 2m 가량 옮기다 차량을 완전히 빼라는 인부들과 시비가 붙었고, 이들은 장씨가 술을 마신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하지만 장씨가 이를 거부했고, 임의동행마저 거부의사를 밝히자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음주 측정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진행된 1, 2심 재판부는 경찰의 현행범 체포가 적법하다고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음주운전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음주측정기를 소지했더라면 임의동행이나 현행범 체포 없이도 현장에서 곧바로 음주 측정을 시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특히 경찰의 지시로 2m 가량 운전했을 뿐 스스로 운전할 의도도 없는 것으로 보이며, 원심은 현행범 체포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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