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투표하기 ‘참 ’힘든 제주
장애인 투표하기 ‘참 ’힘든 제주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7.0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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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종합경기장 야구장 2층 투표소 현장 체험
휠체어리프트 불편 ·수화통역 점자블록도 전무
▲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4일 권씨가 2층 사전투표소로 가기 위해 리프트를 사용하려고 하지만 호출 버튼이 작동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오수진 기자>

“우리는 누군가의 동정을 받거나 부탁을 해가면서 투표를 하고 싶지는 않다. 오로지 스스로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을 뿐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휠체어에 기대어 지내고 있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인 권오상씨(38)는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매번 돌아오는 선거때면 투표소까지의 길이 험난해 참정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오전 투표소 환경이 예전보다 얼마나 개선이 됐을지 권씨와 함께 제주종합경기장 야구장 2층 사전투표소 현장을 직접 찾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장애인들을 일반인과 동등한 투표권자로 바라보고 투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형식적으로 모양만 갖추는데 급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투표장에 도착한 권씨가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까지 가려면 1층에 설치된 리프트를 사용해야 했다.

▲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리프트에 쌓여 있는 먼지. 사전 투표일에 맞춰 점검을 했는 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사진=오수진 기자>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리프트 사용 호출 버튼이 작동되지 않는 것이다. 한참 뒤에서야 휠체어를 탄 권씨가 성인 남성 눈높이의 벽면에 붙여진 호출 번호를 발견하고 담당자에게 연락해 리프트를 작동시켜 투표소까지 올라가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권씨는 “리프트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최근에는 전동 휠체어나 전동 스쿠터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떨어질 위험과 하중 부담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면서 “오늘 사용한 것은 사전 점검을 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먼지가 쌓여 있어 손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난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특히 리프트가 작동될 때 노래가 나오고, 천천히 작동돼 주변 사람들로부터 주목된다는 점도 장애인들에게는 불편함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이 사전투표소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자나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는 점자블록 또한 찾아 볼 수는 없었다.

권씨는 “선거를 치를 때마다 환경이 개선되고 있음을 느낀다”며 “다만 어떤이는 투표소에 계단이나 턱이 있을 때 누가 좀 밀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을 하는데, 투표는 나의 주권을 행사하러 가는 것이다. 환경 개선은 물론 보조인력들이 장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도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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