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예술혼만큼
남달랐던 ‘가족사랑’
치열한 예술혼만큼
남달랐던 ‘가족사랑’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7.0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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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미술관 가정의 달 ‘내 사랑, 패밀리’전 기획
일본에 있던 아내·아들과 주고받은 (그림)편지 4점
중섭 가족 삶 지켜봤던 사촌 형수 편지 최초 공개
▲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아들 야스카타에게 보낸 그림편지
▲ 이중섭의 사촌 형수 박영자씨가 이중섭 가족에 대한 내용을 이중섭미술관에 설명하며 보낸 편지의 일부

평안남도의 부유한 농가에서 태어나 20세기 모더니즘 미술의 자유로운 경향을 공부했던 이중섭. 일본유학 시절 문화학원의 후배였던 야마모토 마사코와 결혼해 두 아들을 낳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1950년 전쟁과 함께 비극이 시작된다.

▲ 이중섭

국군을 따라 월남한 중섭은, 한국전쟁 중 제주에 머무르며 종군화가로 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데, 쌀을 구하지 못 하는 어려운 날들이 계속되자 1952년 부인과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낸다. 중섭은 이듬해 한 차례 일본으로 건너가 부인을 만났고 다시는 해후하지 못 했다.

이후 궁핍과 고독의 나날이 이어진다. 통영과 진주를 거쳐 서울로 간 뒤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중섭은 1956년 사망한다.

일본으로 가족을 보낸 중섭은 그림 편지로 안부를 묻고 그리움을 전했다. 가족이 주고받은 편지에는 애절한 그리움과 남다른 가족사랑이 가득하다.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이중섭 가족의 편지를 선보이는 ‘내 사랑, 패밀리’전을 기획했다.

전시장에는 중섭과 아내가 주고받은 편지와, 중섭이 아이들에게 보낸 그림편지 등이 선보인다.

특히 중섭 가족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사촌 형 故이광석의 아내 박영자(96, 현 시애틀 거주)가 당시 이들의 모습을 기억을 더듬으며 쓴 손 편지가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박영자는 이중섭미술관 측에 보낸 총 8장의 편지에서 중섭이 가족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증언한다.

편지 가운데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일 무렵 중섭이 손으로 바닥을 내리찍는 기괴한 행동을 끈질기게 반복했는데, 이후 정신이 돌아온 중섭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내가 사무치게 보고 싶자 차라리 죽으라고 자신을 내리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아울러 박영자의 편지는 1950년대 우리나라의 시대상과 중섭의 인간성, 이들 부부의 또 다른 면면을 살필 수 있게 한다.

전은자 큐레이터는 “이중섭은 가난과 전쟁 등으로 불운했던 시기에 가족과 떨어져 고되고 외로운 삶을 살았지만, 또한 가족이 있어 꿈과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았다”며 “이들 가족의 가장 중요한 매체였던 편지를 통해 관객들에게도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이번 전시의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박영자 선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장남 이태호 선생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도 전했다. 

전시는 지난 2일부터 오는 8월20일까지 이어진다. 문의=064-760-3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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