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문제의 ‘두 얼굴’
청년 실업문제의 ‘두 얼굴’
  • 유영신
  • 승인 2017.0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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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큰 걱정거리 ‘일자리’
청년 물론 수명 늘어난 중장년도
그런데 중소기업은 언제나 구인난

직업 귀천 따져온 부모들도 책임
험한 일·힘든 일 왜 기피하나
직장 껍데기 보다 내실을 봤으면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라면 단연코 일자리가 아닌가 싶다. 청년은 청년대로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고, 현역에서 은퇴한 장년층 역시 늘어난 수명과 함께 다가올 수십년 동안 버틸만한 일자리가 걱정이다. 그중에서도 한창 일해야 할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청년 인재를 늘 필요로 하고 그들과 더불어 일하는 산업현장의 중소기업 경영자 입장에선 “일자리가 없어 큰 일”이라는 얘기가 그리 실감나질 않는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부분의 최대 현안이 언제나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회사는 도내에선 가장 많은 기업들이 집적된 산업단지에 있다. 기업들이 많고 거의가 지식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이어서 그런지 이곳 기업들 역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일할 사람은 일자리가 없다 하고, 일자리가 있는 곳은 일할 사람이 없다 하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예로부터 직업의 귀천을 심하게 따져오던 우리나라의 부모들이 아직도 평판 좋은 학교와 직장을 다녀야만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녀들을 다그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우리 청년들은 부모 세대의 풍요와 욕망에 길들여져 도전과 위험을 무릅쓰기 보다는 피해가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 말하고 있다.

전 세계가 놀랄 만큼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문화적 풍요를 이루는 동안 전쟁과 굶주림을 겪은 부모는 밤낮없이 일하며 일군 물질적 풍요를 물려주었다. 다음 세대는 이러한 풍요 뒤에 숨겨진 노력과 고통보다는 풍요를 향유하는 방법부터 그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정상적인 방식이나 길을 버리고 특별한 그 무엇을 찾아 헤매는 동안 그 아이는 이기심과 자존감만을 한층 부풀려갔을지도 모른다. 길도 제대로 없는 험한 길을 걸어 학교를 다녔던 부모는 비록 울퉁불퉁 먼지 폴폴 나는 길이지만 버스타고 가는 자녀를 바라보며 흐뭇해했을 것이다. 그 자녀가 자라 부모가 되어선 잘 닦인 아스팔트 길 따라 승용차에 태워 자녀를 학교에 실어 나르면서 오로지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부추긴 게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입시 경쟁 속에 진학이라는 관문을 거쳐 온 청년들에겐 취업 역시 또 하나의 ‘관문’인 것이다. 직장마저 서울에 소재해야 하고, 이름깨나 알려져야 한다. 지방의 중소기업들은 눈에도 차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럴듯한 명함이나 명패는 시험 공부하듯 얻을 수도 없고 단숨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아닌 ‘시간들이 쌓인’ 세월을 참고 견뎌야 얻을 수 있는 것임을 미처 배우지 못하고 취업의 관문에 서버린 것이다.

식당이나 농사일·건축현장 등 힘든 일을 하는 작업 현장에서 우리 청년들을 찾기가 어렵다. 모두 이주민이거나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임금이 싼 이유도 있지만 요즘 그들의 임금도 그리 녹록치 않은 점을 고려하면 우리 청년들이 기피하고 있다는 말이 맞아 보인다.

왜 우리는 험한 일을 하면 안되는가. 땀과 얼룩을 묻혀가며 일하는 것이 창피한 세상, 그건 마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 되어버린 지금 같은 세상에서 과연 일자리 부족 문제의 해결을 기대할 수 있을까?

부모 덕에 땀 흘리지 않고, 참고 견디지 않으며 얻고 누려왔던 그들이다. 여전히 부모의 조력과 지원 속에서 취업 재수·삼수를 거듭하는 게 용인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여기저기서 취업이 어렵다지만 인재는 아니라도 일할 의욕이 충만한 청년들을 기다리는 곳도 여전히 많다. 21세기 융복합 시대에는 적성이나 전공을 뛰어넘고 직업에 귀천을 가리기 전에 ‘나를 필요로 하는 그 곳’을 찾아 몰입을 하다보면 또 다른 기회의 창문이 열릴 것이다.

길을 나서지 않고는 들판의 꽃들과 자연을 즐길 기회를 가질 수 없다. 우리 청년들이 찬 바람에 비날씨도 마다하지 않고 집을 나서는 젊음의 패기로 껍데기보다 내실 있는 직장을 찾아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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