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적극 지원 반면 제주선 ‘소외’
공공·민간 역할 극대화 방안 절실
링크드인을 창업한 리드 호프만은 “스타트업이란 절벽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려, 내려가는 동안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로 날아올라 가는 것”이라고 했다. 다수의 스타트업을 15년째 운영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 표현에 전율이 일어날 만큼 감동을 받고 다시금 신발끈을 동여매곤 한다.
이처럼 스타트업은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미래경제를 온몸으로 이끌며, 무에서 유를 창출해 나가는 이 시대의 신성장 동력이라 할만하다.
한국은 지난 4년간 ‘창조경제’를 주창한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 덕에 창조경제혁신센터·창업보육센터·청년창업사관학교 등 창업공간을 제공하거나 컨설팅과 투자지원을 하는 공공기관이 전국적으로 수백 개나 늘어났다. 디캠프·스타트업 얼라이언스·마루180·구글캠퍼스 등 이름만 대도 당장 지원받고 싶은 민간기관과 금융·대기업들의 스타트업 지원·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액 또한 2조15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수조원을 모태펀드로 몰아넣고, 벤처캐피탈에 나눠준 덕택에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전국에 300개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제주도는 어떠한가? 중앙정부와 제주도 지자체에서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이외에 제주의 많은 스타트업들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가 묻고 싶다. 스타트업 공유오피스·투자지원·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 무엇 하나 없다.
지난해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300개의 스타트업 중 제주도에는 과연 몇개나 있을까? 필자가 알기로는 단 한군데도 없다. 제주도에 현재 1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존재하지만 벤처 캐피탈(VC)에게 1억원 이상 투자 받은 기업조차 손에 꼽을 정도다. 왜 도내 스타트업들이 소외 받고 내팽개쳐 있는가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때다.
전 세계 스타트업의 성장엔진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창업활성화·R&D 촉진·고성장기업 육성·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해 ‘Startup America Initiative’를 추진해 왔다. 창업정책의 성공을 위해 연방기관·기업·대학·재단 등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 및 협력을 통한 추진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공부문은 △창업자금 접근성 확대 △멘토와의 연결 및 기업가정신 교육 △규제개혁 및 정부의 지원 확대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한 기술사업화를 촉진한다. 민간부문은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Startup America Partnership’을 조직하여 10억 달러의 이상의 자금을 Case재단·구글·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델·아메리칸 에어라인 등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서울과 미국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공통점을 얻을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생태계 조성 및 연결 등으로 최소화하고 일반·민간기업들에 의한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이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 관점에서의 투자지원·제휴연대·엑셀러레이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발 늦은 감이 있지만 제주도의 경우 제주개발공사 및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같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카카오·넥슨·네오플·이스트소프트 등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민간주도의 ‘엑셀러레이팅 펀드’가 나올 시기가 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닌가 한다.
이제 제주도에서 전국 지자체 최초로 민간주도의 ‘스타트업 협회’가 발족한다. 지난달 제주에 주소지를 둔 50여개사 스타트업 CEO들이 모여 “더 이상 앉아서 당하지 않겠노라”는 뼈있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작됐다.
더 이상 디지털노마드·스마트아일랜드·4차산업혁명이니 하는 관(官)의 키워드놀이에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자구책을 찾기로 한 것이다. 관이 결정하는 스타트업 정책에 적극 개입하여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과거 시대의 관행에는 제동을 걸어 스타트업과 민간의 효율성을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