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덕분교 25년만 ‘주민 품’으로
금덕분교 25년만 ‘주민 품’으로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7.0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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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후 민간임대 분교장 올해부턴 주민문화공간
30일 축하화합대회 마련 마지막 학생 부모돼 참석
교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월의 흐름을 나타내듯, 줄기식물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아이들이 교사에 전시된 옛 사진과 문화 프로그램 관련 전시품들을 관람하고 있다.
주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제주 낮 기온이 27도까지 오른 30일. 제주시 유수암리 상동(개척단지)의 금덕분교 옛 터는 모처럼 주민들과 외부 방문객들을 맞아 시끌벅적 활기를 띄고 있었다.

장전초, 물메초 등 인근 학교에 다니는 마을 아이들은 낡은 교사를 바지런히 뛰어 다녔고, 어른들은 천막주변에 둘러앉아 옛 이야기를 나눴다. 운동장 한 쪽에서는 식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오래전 내 딸과 아들이 다니던 학교가 다시 주민들의 공간이 된다는 소식에 하나같이 들뜬 모습이었다.

30일 오전 유수암상동마을회와 노인회·부녀회가 금덕분교 옛 터에서 유수암상동 한마당축제를 열었다. 올해 축제는 금덕분교의 재개관을 축하하는 자리로 더 의미가 컸다.

장전초 금덕분교장은 오랫동안 민간단체에 임대돼 캠핑장으로 쓰였다. 중산간 축산진흥 정책에 따라 정착한 가정을 위해 1974년 3복식 1학급으로 개교했으나 취학 어린이의 감소로 1992년 3월 장전초에 통합됐다. 이후 보이스카우트 캠핑장, 꼼지락 캠핑장 등으로 쓰이다 다시 주민들 품으로 돌아온 것은 폐교 후 25년만이다.

학교는 예전 그대로였다. 담 주변으로 낡은 시설물들이 방치돼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했지만, 오래전 교실 겸 교무실로 쓰였던 유일한 교사동 안에는 피아노며 선반이며 낡은 유리창까지 그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진 아래줄 왼쪽에서 두번째에 문소나씨의 모습이 보인다.

이날 현장에서는 1991년 3학년까지 다니다 이듬해 폐교되며 장전초로 전학한 마지막 재학생 문소나씨(35)를 만날 수 있었다.

문씨는 대학 졸업 후 결혼과 함께 타 도시에 가 살다 몇년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며 다시 제주 유수암으로 돌아왔다. 그의 옆에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과 남편이 함께였다. 이날 교사에 전시된 금덕분교의 옛 사진들 속에서도 문씨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어른들을 위해 분주히 식사를 나르던 문씨는 “감동적인 날”이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앞으로 이 곳에서는 오는 6월부터 요가와 서각, 클래식 연주 등의 문화 프로그램반이 개설된다. 농사일에 바쁜 주민들을 위해 프로그램은 저녁 늦은시간 이뤄진다. 음악교실의 경우 일정기간 연습 후 성인남녀 오케스트라 연주단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상동마을회 김한숙 대표는 “상동마을에 주민 400여명이 살고 있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휴식처가 없어 늘 아쉬웠다”며 “특히 70여명이 넘는 마을 유·초등학생들에게 방과후 뛰어 놀 수 있는 곳이 생겨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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