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도내 시행…총 41명 처벌경감 ‘혜택’
사회 약자·생계 범행 전과자 무분별 낙인 방지
거동이 불편한 A씨(기초생활수급자)는 최근 은행 ATM기에 놓여져 있던 현금 10만원(5만원권 2장)을 가져간 혐의(절도)로 경찰에 붙잡혔다.
자칫 전과자가 될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경미범죄심사위원회(이하 경심위)’에서 다루도록 했다. 경심위 심사결과 A씨는 범죄경력이 전혀 없고, 현재 경제상황과 함께 지내는 가족 등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처분감경 처리하면서 전과자가 될뻔 한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깊어지는 경기 불황 등으로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부터 시행되고 있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로 ‘현대판 장발장’을 살리 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경심위는 관내 경찰서가 내부위원과 외부위원 등을 구성해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처분 감경(즉결심판·훈방)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로 무분별한 전과자 양성을 억제하고, 범법자를 계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5년 3월부터 10월까지 시범 운행되다 제주에서는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대부분 전과가 없고, 소액 절도 또는 어려운 가정환경 등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된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되고 있어 ‘현대 판 장발장 구하기’로 불리기도 한다.
이 제도로 인해 제주에서는 1200원을 절도한 B씨, 길거리에 떨어진 신용카드를 습득해 소액을 사용한(점유이탈물 횡령) 지적장애인 C씨(3급), 봉사활동을 하다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습득(점유이탈물 횡령)한 60대 공공근로자 D씨 등도 ‘전과자’가 아닌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가 제공됐다.
경찰은 이들 대부분이 사건 당시 범죄 행위였던 사실을 몰랐고, 소액이었던 점, 연령, 지적수준, 장애여부, 반성 여부 등을 고려해 처벌보다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경심위 제도 시행 이후 도내에서 점유 이탈물 횡령, 절도, 재물손괴, 주거침입 등으로 2016년에는 35건(형사입건 18건, 즉결심판 17건) 중 32건(형사입건 17건, 즉결심판 15건)이 처분감경(형사입건→즉결심판, 즉결심판→훈방)됐으며, 올해(4월까지)에는 10건(형사입건 7건, 즉결심판 3건) 중 9건(형사입건 6건, 즉결심판 3건)이 감경처분을 받았다.
제주지방경찰청 양성돈 생활질서계장은 “법은 감정이 없지만, 경찰의 입장에서 딱한 사건을 접할 때 감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다”면서 “때문에 경심위 제도는 사회적 약자나, 생계형 범죄자들에게 제2의 인생을 살아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반복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