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물 대부분 강에서 얻는다
서울은 팔당호수에서 취수
제주의 식수원은 거의 지하수
곶자왈 지하수 함양 가장 잘되는 곳
보이지 않는다고 관리 소홀 우려
곶자왈경계용역 따라 지혜 모을 때
미국 시애틀은 일과 레저를 겸할 수 있는 도시로 미국 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와 보잉·닌텐도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이 지역에 위치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첨단 산업의 재산 목록 1호는 사람인데, 종업원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그 회사의 본사가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다.
오래 전 그곳에서 근무할 때 보았던 ‘조닝(zoning)제도’의 기억이 새롭다. 주거지역·상업지역·학교지역 등 용도 지정은 물론이고 건폐율과 고도제한 등의 규제가 매우 세밀하고 엄격했다. 예를 들면 교외 어떤 지역에서는 1에이커(약 1200평) 면적의 땅에 1가구 주택 한 채만 건축허가를 내 주는 식이다. 그 지역은 하수관이 설치되기 전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토지의 자연정화 능력을 감안할 때 자연과 인간의 비율이 그 정도면 지하수 오염의 걱정은 없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규제 방식일 테다.
보통의 경우 먹는 물은 강에서 구한다. 서울도 팔당호수에서 물을 취수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에서 흘러온 물줄기를 팔당댐으로 가두어 놓은 곳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강은 땅속으로 흐른다. 지하로 스며든 빗물이 사방에서 모여 강을 이루고 이들이 다시 가운데에 모여 고인다. 제주도의 먹는 물은 제주특별자치도 상하수도본부의 ‘수돗물’과 제주도개발공사의 ‘삼다수’라는 양대 통로를 통해 수요자에게 공급되지만 이것의 거의 전부가 지하수다.
먹는 물의 취수 포인트가 어디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절물 휴양림 안에 있는 약수(藥水)는 해발 520m에서 나온다. 주위 오름들에서 함양된 빗물이 그와 같이 높은 곳에서 용출되는 것은 매우 드문 케이스다.
프랑스가 세계에 자랑하는 에비앙 워터는 해발 380m에서 취수된다. 알프스 계곡에서 생성된 지하수가 제네바호수라는 거대한 호수를 만나면서 용출된 것이다.
지하수는 바다를 만나면 중력 관계로 인해 더 아래로 스며들지 않고 지상으로 용출하게 되는 것은 제주도 해안을 따라 용출하는 제주도 ‘고두물’의 원리와 같다. 제네바 호수는 제주도의 3분의1의 크기로서 거의 바다 수준이다.
반면에 삼다수의 경우는 조천읍 교래리 공장이 해발 430m에 위치해 있을 뿐 끌어올리는 물은 해수면에 거의 맞먹는 지하 깊은 곳에서 취수 한 것이다. 상하수도본부의 수돗물 역시 도내 6개의 광역 정수장에서 지하수를 끌어 올린 것이다. 이들 정수장은 해안 가까이 낮은 곳에 위치해 있어 강으로 말하자면 보다 하류에서 끌어 올린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물은 항상 아래로 흐르므로 취수원의 위치가 낮을수록 관리해야 할 집수구역(集水區域)의 면적은 넓어진다. 절물 휴양림의 경우는 주변의 몇 개의 오름들만 신경 쓰면 되고 에비앙의 경우는 주변의 알프스 산 전체가 집수구역이 되지만 이곳은 개발이 전혀 안 되고 있는 지역이어서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러나 제주도의 경우는 섬 전체가 집수구역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스페인의 가장 큰 섬 마요르카(Mallorca)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고. 면적이나 인구도 각각 3000㎡에 80만명으로 여러 면에서 제주도와 비슷하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마요르카의 수돗물은 마실 수 없는 물이 되어버렸다. 섬이라는 특성과 한정된 수자원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다.
제주도의 환경은 경관·생태·수자원 보호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관리 보전되고 있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 중 지하수는 그것이 땅 속에 있는 것이기에 자칫 안이해 질 수 있다.
머지않아 제주도가 국토연구원과 함께 조사 연구한 곶자왈경계가 발표될 것이고 이에 따라 곶자왈 보전관리 방안이 강화될 것이다. 지질 면에서 암괴 분포가 우세하여 지하수 함양이 가장 잘되는 곳이면서도 먼 산이 아니라 마을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곳이 바로 곶자왈이다. 곶자왈을 어떻게 지키고, 사유지 곶자왈의 경우 공공의 이익과 소유주의 이익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 지 제주도민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