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립대 감독권한 제주특별도에
현실은 ‘이상’과 괴리 노출
시어머니만 늘고 돈은 없는 상황
상위권 학생들은 육지대학으로
도내 대학 ‘틈새 작전’ 노려야
발상 전환 통한 과감한 정책 필요
얼마 전 전국 사립대학총장들 모임에서 어느 총장이 “교육부 때문에 대학의 자율적 운영이 안되니 제주도처럼 자치단체마다 특별자치법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하자 “모르는 소리! 감독하는 시어머니만 늘고 돈은 없데요!”라고 다른 분이 반박했다고 한다.
앞서 특별법의 필요성을 언급한 총장은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과 감독은 원래 교육부장관이 맡는 건데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지사에게 그 권한이 위임돼 있으므로 지역사정에 맞게 대학을 운영할 수 있을 거라 짐작한 것이고, 그 다음 총장은 ‘이상’과 ‘현실’의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7년 제주특별자치도 업무계획에 대학과 관련된 내용은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역량 강화’가 있다. 이를 위해 대학생 취업교육과 어학연수, 그리고 학자금 이자지원을 위해 35억원을 배정하고 있다.
반면 교육부의 2017년 고등교육 예산은 9조 2700억원이다. 전국 대학(원)생이 208만명이니 1인당 440만원 꼴이다. 반면 제주도 예산 35억원을 도내 대학생 1만8000명으로 계산하면 1인당 채 20만원이 안된다. 특별자치 교육을 하라면서 살림만 따로 차려줬지 돈은 교육부가 다 틀어쥐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주대학교가 국립대학으로서 몇 백억원씩 배정받고 있지만 도지사가 손도 대지 못하는 돈이다.
교육정책 내용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2016년 말 발표된 교육부의 학사개편계획에 따르면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서 산업선도형 대학을 집중육성하고 융복합교육을 활성화한다고 한다. 모범사례로서 고려대학교의 언어·뇌·컴퓨터 융합전공이 제시되었는데 여기에 연구비가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상상만 할 뿐이다. 학생들이 전공과목을 정하는 ‘학생설계전공’도 허용하는 등 수도권의 이른바 잘 나가는 대학의 족쇄를 다 풀어서 국가의 경쟁력을 맡긴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도내 대학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2016년 고교 졸업자 7749명중 80%인 6197명이 진학했다. 문제는 알토란같은 상위성적 1500여명이 육지부 대학을 선택했다. 도내 웬만한 인문계 고교에서 상위 10% 정도는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1980년대 중국에서 개방의 바람을 타고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선진국으로 유학 가는 것에 대해 공산당 간부들이 걱정하자 등소평은 “놔둬라, 그중 일부만 돌아와도 우리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고 했다. 실제 30년 뒤 북경대와 칭화대 등은 세계적인 첨단과학기술과 창업의 메카가 되어 중국을 이끌고 있다.
1970년대 필자가 제주에서 고교를 졸업할 때도 상위 10%는 지금처럼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했다. 50년이 가까워오는데 첨단과학기술과 창업의 메카로서 도내 대학이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제주도 교육정책의 목표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인재양성’으로서 교육부의 ‘미래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 함양’과 동일선상에 있다. 이렇게 중앙정책을 따라만 가면 고질적인 ‘우수인재 외부유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역기업이 대부분 영세한데 교육부 권고대로 기업수요 맞춤형 교육에 집착하면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창의적 인재보다도 4대보험 혜택도 못받는 비정규직 취업자만 양산하게 된다.
돈이 아니라 제도로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별법을 최대한 활용해서 수도권 대학들이 미처 가지 못하는 길을 과감하게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대학정책이 필요하다.
수도권 일류대학들이 첨단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교육부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과 기업 양쪽에서 불만이 적지 않다. 제주도는 이 틈새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대학이 학생을 교육시켜 취업시키는 개념으로는 수도권대학을 능가할 수 없다. 대학 자체가 산업기지가 되어 학생들을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이 대학에 투자를 하거나 대학 자체가 기업을 창업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일례로 제주도는 관광이 주력산업이면서 도민자본이 영세하므로 호텔 등 관광시설과 각종 공장들을 대학 내에 허용하는 등 획기적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