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도 신의 지켜야 한다
농사도 신의 지켜야 한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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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을 상품화하는 데는 몇  여러가지 경로가 있다. 일반 상품으로 시장에 출하하는 것을 비롯해 외국으로 수출하기도 하며 군(軍)에 납품하는 방법도 있다.
군납과 관련해서는 1960년대에 국군이 베트남에 파병됐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사병들의 후식의 하나로 나온 감귤은 일본산이었다. 일본의 지역 농업협동조합 브랜드가 선명하게 찍혀있는 귤을 먹으면서 우리 고향 제주도의 감귤은 언제쯤 이렇게 ‘세계화’ 될 것인가를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제주감귤이 군에 납품을 시작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므로 군납까지는 그로부터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그런데 감귤 군납가가 현실과 동떨어지면서 안정적인 출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니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은 감귤 군납가 산정이 전년도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것. 다시 말해 지난해의 경우 감귤 값이 예년에 없이 높게 형성됐지만 군납 가격은 계약대로 귤 값이 형편없던 2002년산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 됨으로 하여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군 당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초 계약이 잘못된 데에 있다. 이것이 군납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 마디로 감귤이 잘 팔리지 않을 때는 군납이나 가공용으로 사달라고 아우성치다가도 값이 좋아지면 등을 돌리는 이중성이 문제인 것이다. 결국 책임은 관계당국과 농가 모두에게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실정이 이러다 보니 군 당국이나 감귤 가공업체들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고 이는 결과적으로 제주감귤에 대한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진다.
물론 농사도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며, 약속을 위반해서는 도리가 아니다. 불나비처럼 ‘가격’이라는 불만 좇다가 몸 전체를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농사도 신의를 저버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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