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100만년 걸려 ‘서귀포층’ 만들어
이후 많은 화산활동 제주도 형성
제주도가 화산섬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제주도에 분포하는 수많은 오름과 용암동굴, 다양한 자연경관을 보고 있노라면 제주가 한 번의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섬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들곤 할 것이다.
제주도가 오랜 기간 다양한 화산활동을 거치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제주도를 연구해온 지질학자들은 용암으로 뒤덮인 지표에서는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음을 알고 지하수 개발을 위해 지하에서 끄집어낸 암석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오랜 연구 끝에 제주도의 형성 과정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정립됐는데, 이 때 가장 큰 역할을 한 지질학자가 제주개발공사의 고기원 박사와 경상대학교 손영관 교수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금의 서해안과 같은 얕은 수심의 바다환경에서 화산이 분출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지하를 뚫고 올라온 뜨거운 마그마는 차가운 바닷물을 만나 강력하게 터지면서 마그마와 주변 암석을 가루로 만들어 하늘로 뿜어 올렸는데, 이때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얕은 바다 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이 지속됐다.
그리고 얕은 바다 속에 쌓여있던 화산재는 간간히 발생한 태풍 등에 의해 뒤섞였다. 이렇게 뒤섞인 자갈과 모래층이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얕은 바다는 점차 매워져 해수면위로 드러나게 됐다.
학자들은 화산재와 모래층이 얕은 바다를 매우기까지 약 100만년이 소요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지층을 ‘서귀포층’이라 부른다. 대부분 지하에 있어 육안으로 볼 수 없지만 특이하게도 서귀포항 해안 절벽에선 직접 볼 수 있다.
서귀포층은 내부에는 다량의 화석을 포함하고 있는데, 특히 사람 얼굴만큼 큰 가리비 화석과 산호화석·백상아리 이빨화석 등도 있다. 이들 화석은 지금보다 훨씬 더 따뜻한 바다 속에서 살았던 생물들의 골격으로 제주도가 만들어질 당시 환경을 말해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서귀포층은 제주도에서 최초의 화산분출이 발생한 이후 100만년동안 화산재와 퇴적물이 번갈아가면서 쌓인 제주도 형성의 절반에 해당되는 역사를 간직한 소중한 지층이라 할 수 있다.
서귀포층이 해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 화산활동은 지속적으로 일어났지만 뜨거운 마그마가 바닷물과 만나지 않고 땅위에서 분출함에 따라 폭발력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화산분출의 형태가 바뀌었다. 폭발력이 감소한 화산분출은 마치 흔들었던 콜라의 뚜껑을 따는 것과 비슷하게 거품을 분수처럼 뿜어 올리는 형태로 일어났다.
화산분출 초기에 뿜어져 나온 용암은 콜라의 거품처럼 구멍이 많은 특징을 보이는데 이런 암석을 제주도에선 ‘송이’라고 부른다. 분화구에서 지속적으로 뿜어져 나온 송이들은 주변에 떨어져 쌓이면서 뾰족한 원뿔모양의 지형을 만드는데 이런 곳을 제주도에서는 오름이라 하고, 지질학적으로는 소형 화산체라 칭한다.
현재 360여개의 오름들이 얼마나 많은 화산분출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짐작케 한다. 콜라도 시간이 지나며 김이 빠지듯 용암도 초기에 가스들이 빠져나가면서 폭발력이 현저히 약해진다. 가스가 빠져나간 용암은 천천히 분화구를 통해 흘러나오면서 분화구를 채우다가 화산체의 일부를 부수면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제주도의 넓은 용암대지들이 이런 ‘김빠진’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제주도의 화산분출은 최근까지도 계속됐는데, 약 5000년 전 성산일출봉과 병악오름에서 화산활동이 일어났고 약 3500년 전에는 송악산이 분출했다. 아마도 우리 제주도의 선조들은 송악산이 분출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고, 화산재로 뒤덮인 해안가를 걸었을 것이다.
이처럼 제주도는 180만년 전에 시작된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지기 시작, 화산분출의 형태도 바뀌면서 다양한 화산지형이 형성됐다. 그리고 화산활동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