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慘事)’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해경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불법조업 단속대원을 제주해군기지 반대시위 현장에 투입하는가 하면, 함포사격 훈련도 제멋대로 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해경은 지난 2011년 12월 ‘불법조업 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이듬해 해상특수기동대원 100여명을 특수부대 출신으로 교체했다. 날로 흉포(凶暴)해지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에 대응해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 채용된 100명 중 20명은 다른 부서에 배치돼 전보제한 기간을 위반했다. 해상특수기동대 운영규칙 제4조 및 13조에 따르면 해상특수기동대원으로 채용된 경찰관은 함정에 2년 이상 근무하며 불법조업 단속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배치된 3명은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반대 시위(示威) 현장에서 지원근무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이란 고유 업무 대신, 해군과 지역주민 간 갈등싸움에 투입된 것이다.
‘법과 원칙’을 무시한 해경(海警)의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해경본부와 남해해경본부 소속 함정 14척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34차례에 걸쳐 지정된 해상사격장이 아닌 타 지역에서 임의로 함포사격을 실시했다가 적발됐다. 제주해경본부 소속 한 함장의 경우 이런 사실을 숨기고 서류를 조작해 허위(虛僞) 보고서를 올리기도 했다.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감사원도 도서 인근지역에서 운항하고 있는 어·상선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고,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해상안전에 큰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세월호의 교훈’은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안전 불감증(不感症)’에 대한 경고였다. 이를 뼈저리게 느꼈을 해경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같은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고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러고도 ‘해경 부활’을 국민들에게 요구할 수 있을지 스스로가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