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유족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일 제주4·3평화공원위령제단 및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지난 2014년 국가추념일 지정 이후 네 번째 국가행사로 치러진 추념식의 주제는 ‘4·3의 평화훈풍! 한반도로 세계로’였다.
이날 추념식에서 양윤경 유족회장은 “암울했던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인권침해의 중대 과실을 범한 국가가 피해자에게 법적인 배상 및 보상을 다해야 한다”고 강력 요구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었던 제주4·3은 이제 화해와 상생의 상징이자 과거사 청산의 모범으로 승화되고 있다”며 “4·3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를 비롯해 4·3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 등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국가추념일이라 행사는 성대하게 치러졌지만 다른 한 켠에선 70년 세월에 파묻힌 한(恨)을 되새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행방불명인(行方不明人)’ 묘역을 찾은 4·3희생자 유족인 김태희(76)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남원읍 의귀리가 고향인 김씨는 여섯 살 나이에 할아버지를 비롯해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모두를 하루 아침에 잃었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아버지가 모슬포 정뜨르 비행장에서 죽임을 당했고, 집에 불을 지른 군인들이 또다시 가족들을 죽였다. 당시 내 동생은 3살이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를 애기가 공산당을 알았겠냐, 왜 국가가 평화롭게 살고 있던 우리가정을 파괴했느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국가가 그랬으면 시신(屍身)이라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행불인’, 그게 대체 무슨 이름인거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내년이면 4·3 70주년이 되지만 변한 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임을 알고 있음에도 국가의 배·보상은 물론 유해 발굴에 대한 진척도 없다”며 대선(大選) 주자들의 추념식 방문 모습을 보고는 “국가문서보관소를 뒤져서라도 행불인들의 유해를 찾아주는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혼자 살아 남은 것이 먼저 간 가족에 대한 죄스러움으로 남은 채 70년 세월을 살아왔다는 김태희 할아버지. 현재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불인 묘역에는 김씨 가족처럼 시신을 찾지 못한 3891기의 묘비가 조성되어 있다.
시신조차 거두지 못한 이들 유가족엔 지난 70년이 통한(痛恨)의 세월이었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가공권력이 저지른 폭거에 대해 상응한 배·보상을 해주는 것은 국가의 도리이자 의무가 아닐 수 없다.
새로 들어설 정부의 혁신적인 조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