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지 수정 방법 묻자 “난 모르는 일” 외면
‘행불장소 추정’ 이유 관련 통계자료도 미흡
유족 “엉뚱한 곳 절하는 건 아닌지” 하소연

“우리 작은 아버지는 이 곳이 아닌데….”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지난 3일 제주4·3평화공원 내 마련된 행방불명인 묘역에서 4·3희생자 가족 A씨가 표석 뒤쪽을 보고 또 보다 힘겹게 고민을 털어놨다. 고인의 이름과 주소, 출생지까지는 맞는데 실종된 장소가 다르게 표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묘역에서 A씨는 해결방법이 있는지 여부를 알고 싶어 배·보상 관련 담당자에게 질문을 했지만, 그는 “그런 일은 난 모르는 일”이라며 매몰차게 가버렸다. 어느 표석 앞에서 참배를 해야 할 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고령의 희생자 가족에게 또한가지 아픔을 더한 것이다.
4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실제로 행불자 표석에서는 과거 행불인 파악 과정 중의 오류, 희생자 구분의 모호함 등의 이유로 잘못 표기된 경우가 종종 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당국은 “행불지가 당초부터 추정이고, 표석 설치가 법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표석 오류에 대한 통계 및 사실관계 여부를 명확히 파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예외적으로 오류가 있을 수는 있지만 가족 중에서도 행불지에 대해 의견이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수정을 요구하는 분들은 사실 관계 등을 확인해 매년 2~3월쯤 표석을 수정·교체하고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유족들은 수정을 하고 싶어도 방법조차 몰라 발만 동동 거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전지역 행불자 구역에서 만난 유족 B씨도 “시아버지 형제 3명이 모두 실종지가 잘못됐다”며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지 모르겠다. 유족들 대부분 고령인데, 행정에서 수정 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A씨도 부산에서 행방불명 됐지만 현재 제주로 표기된 작은아버지의 표석 앞에서 “내가 엉뚱한 곳에 절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시신도 못 찾아줬는데, 내가 행적까지도 못 찾아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