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향한 역사의 흐름 막을 수는 없다”
“진실 향한 역사의 흐름 막을 수는 없다”
  • 강창일
  • 승인 2017.0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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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0주년 기나긴 세월
완전한 진상규명·명예회복 먼 길
이명박·박근혜 정부서 ‘흔들기’

새 정부·국회 ‘4·3 과제’ 산적
법 개정·유해 발굴·유적지 보존 등
화해·상생으로 함께 미래로 가는 일

금년은 ‘4·3’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의 70주년이고 내년이면 제주4·3사건은 7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벌써 기나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완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가 이렇게나 어려운 것인가.

1988년 ‘4·3’ 40주년을 맞이하여 서울과 도쿄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인 진상규명운동이 일어났다. 일본의 오사카와 제주에서는 불발되었으나 민주화 투쟁의 일환으로 시작된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이 공안기관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민주화의 진척과 함께 결실을 보게 된 것이었다. 이후 어둠 속에 갇혀있던 4·3을 진상규명 등 빛의 역사로 만들기 위한 활동들이 이어졌다. 시민운동가를 중심으로 ‘제주4·3연구소’가 구성되고, 도의회에선 4·3진상규명 특위가 만들어졌다. 또한 제민일보 4·3특별취재반, 도민연대 등이 결성되면서 본격적인 4·3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1998년 ‘4·3’ 50주년을 맞이해선 광주를 비롯한 전국은 물론 일본·대만의 인권운동가 등 400여명이 모여 제주에서 첫 국제심포지움을 열었다. 여기에서 ‘4·3’을 ‘국가 테러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라고 규정하여 이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동티모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라모스 오르타와 제1회 4·3평화상 수상자인 김석범 작가 등이 참석하여 자리를 더욱 빛나게 했다. 이후 특별법 제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마침내 이듬해말인 1999년 12월 26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08년 60주년 때에는 4·3특별법에 의한 진상규명 운동이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됐다. 2003년 10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에서 제주도민들에게 직접’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대규모 희생’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등 분위기가 한껏 고무돼 완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이후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는가. 이명박 정부·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4·3흔들기’가 가해자인 우익보수세력들에 의해 끊임없이 자행됐다. 구천의 영령들을 욕되게 하고 우리를 분노하게 하였다. 그러나 모두가 하나 되어 노력한 덕분에,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였으나 후퇴는 막을 수 있었다.

이제 70주년을 앞두고 새롭게 정권교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완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다음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진실을 향한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20대 국회가 해야 될 일들이 많다. 우선 지난해 8월 제출된 ‘4·3’특별법 개정안(대표발의 강창일)이 통과돼야 한다. 그래야 수형자의 명예회복과 실질적인 보상이 될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된다.

이와함께 지난 1월 제출된 진실화해법 개정안이 통과돼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계속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4·3’과 같은 국가공권력에 대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배·보상 문제에서 시효를 없애야 한다. 그래야 사법부의 판단에 의해서라도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차기 정부는 유해 발굴 및 유적지 보존을 위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예산이 없어서 발굴된 유골의 유전자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치돼 있는 수많은 유적들을 잘 보존해 ‘기억의 장’으로 삼아야 하고, 유골 수습도 본격적으로 재개돼야 한다. 4·3평화공원 제4단계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평화공원 안에 청소년수련관을 만들어 살아있는 평화 역사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년 70주년을 앞두고 결성되는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간절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해원과 용서로 역사를 정리하고 화해와 상생으로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는 제안이다.

올해부터 제주에선 4월 3일 10시에 묵념을 위한 사이렌이 울린다. 4·3의 영령들을 추모하며 모든 가려진 진실이 수면 위로 나타나고, 우리 안의 상처와 고통의 기억들이 하루 빨리 치유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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