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언덕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뒹굴며 사회성 길러
지금은 갇혀진 공간 속의 아이들
전통놀이로 서로를 이어주자
폐교 활용 체험장 바람직
행정·교육당국 대승적 지원 필요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로 시작하는 1980년대 유명했던 노래처럼 우리 세대의 놀이장소는 마을의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친구들과 뛰고 뒹굴고 놀면서 저절로 사회성과 인성을 배워나갔다.
요즘 아이들이 갇혀진 공간에서 학원과 컴퓨터게임 등으로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아가고 길들여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데 공감할 것이다. 올바른 놀이문화로 아이들의 정서를 밝고 활기차게 이끌어가는 것이 기성세대들의 책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방안으로 전통놀이문화를 제시해본다. 전통놀이에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함께 깃들어 있어서 놀면서 배우는 교육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전통놀이는 반복될수록 더욱더 재미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인성교육의 부재 속에서 자라고 있다. 삭막해진 산업화사회의 도시생활에서 어울림의 공동체 생활을 많이 경험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놀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시대적 현상들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아픔과 상처만 주고 있다. 기성세대는 아이들 상처 치유의 책임을 져야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서로 놀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방법으로 놀아도 된다. 그런데 전통놀이를 활용해 여러 아이들이 같이 놀게 해준다면 잘 어울리면서 놀이 속에서 협력·배려·양보·협동 공동체 의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전통놀이 대부분은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고 한다. 그래서 승패가 따른다. 그러나 유일한 무승부 놀이가 있는데 그것은 우리 제주도에만 있는 ‘집줄 다리기’다.
현대 산업화 사회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대를 짓밟거나 이겨야만 살아가는 세상처럼 전통 줄다리기놀이는 서로 힘을 합쳐 줄을 자기편으로 당겨와 이겨야만 하는 놀이지만 제주도에만 있는 집줄 다리기는 ‘이겨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놀이다. 이기려고 줄을 너무 세게 잡아당기는 순간 줄이 끊어지면서 서로가 다 넘어져 무승부가 되기 때문이다. 상생(相生)의 철학이 담겨 있는 놀이가 아닌가 한다.
전통놀이 문화가 조성·확산이 잘되지 않는 이유 첫째는 ‘놀아봤다는 것’이다. 실제 방법도 잘 모르면서도 어릴 적 놀아봤다는 이유로 놀기 싫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놀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르니까 놀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는 전통놀이라는 단어 속의 ‘전통’이 따분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전통은 현재의 자산이자 미래의 자원인 것을 모른 채 말이다. 넷째는 현재가 일만 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그 예로 가족끼리의 마땅한 놀이문화도 없다. 다섯째는 전통놀이 지도자가 턱 없이 부족하고, 전통놀이 문화를 활용한 일자리도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전통놀이문화를 활용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 여겨진다.
사라져가는 전통놀이문화의 재현과 복원을 위해서는 계승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표선면 세화리에서 폐교를 활용해 도내 유일의 전통놀이문화 체험장을 운영하며, 전통놀이문화의 재현과 복원에 열정을 쏟는 이가 있어 그나마 위안이다. 강순혁 원장은 관광객들과 마을주민 등을 대상으로 상설체험장을 확장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폐교 활용의 성공화 사례는 전국적으로 많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효과적인 실적 만들기가 쉽지 않다. 지자체와 교육청과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이 필요한 현실이다. 안정적인 임대기간 및 조건으로 우리의 전통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공간 확보에는 많은 경비와 기간이 소요된다. 효과적인 방안으로 현재의 공간을 주민들의 동의하에 보수되고 재활용돼야 한다. 깔끔하고 정돈된 화려한 공간도 좋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그자연속에 펼쳐진 풍경이야말로 더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까한다. 폐교 운동장에서 전통놀이를 하면서 뛰노는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때 우리의 미래는 밝다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