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자의 다양한 업무인 행정이 ‘서비스’를 통하여 실현될 때 주민은 공직자의 친절에 감동하며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행정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YES’라는 답을 전제로 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공직자들에게는 선택적인 ‘NO’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을 판단하는 것은 공직자의 몫이기도 하지만, 호의를 가장하여 청탁을 건네는 상대방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YES’에 길들여진 사회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되었다는 건 공직사회의 큰 변화와 혁신이다. ‘NO’의 답변 대상은 민원인에 국한되지 않으며 때론 내 동료가 되고 상급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 공직자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고뇌와 싸우며 ‘NO’라는 답변에 대한 정당성을 스스로 확인해야만 할 것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에 관한 법률’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어둡게 쌓여왔던 ‘선의를 가장한 부정한 청탁’을 가려내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9월 시행된 후에도 법의 잣대로 매듭지을 수 없는 많은 경우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어쨌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건 공직자이며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당사자도 공직자이다.
공직자들은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던 고인 물을 이젠 과감히 흘려보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시한 수많은 사례와 질의응답집에 의존하지 말고, 법이 제시하는 3·5·10만원이라는 금액과 상관없이 내가 하는 행정 행위의 목적과 방법에 대하여 진심으로 고민하는 공직자의 모습을 도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사족(蛇足)으로, ‘Whitehands’와 ‘backhander’라는 영어단어가 있다.
그 뜻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청렴’과 ‘뇌물’이다. 공직자의 행위는 등 뒤가 아닌 눈 앞에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